[사설]對北포용정책 시한부인가

  • 입력 1999년 5월 8일 19시 56분


지금까지 시간적인 한계를 두지 않고 펴온 대북 포용정책에 대해 홍순영(洪淳瑛)외교통상부장관이 북한의 호응을 무작정 기다릴 수 없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홍 장관은 엊그제 제주에서 열린 국제회의 개막연설을 통해 “내년에는 미국 대통령선거(11월)와 한국 총선거(4월)가 실시되므로 포용정책은 그 성과가 나올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고 밝히고 북한이 금년말까지 포괄협상 등에 호응해 올 것을 촉구했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의 외교안보 정책이란 상대국뿐만 아니라 국민 대중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외교부장관의 공개연설에 포함된 메시지여서 이 말은 상당한 무게를 가질 수밖에 없다. 우선 기존 대북정책의 내용이 변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해 궁금증이 생긴다.

홍장관은 3월 미국의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이 방한했을 때만 해도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었다. 포용정책이 한판 승부를 내는 것이 아니라서 시간개념을 설정하지 않고 꾸준히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는 일관된 자세였다. 당시 페리는 북한의 행동에 대해 더 이상 포용할 수 없는 한계선(Red Line)을 정하고 그 선을 넘어설 경우 비상대응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홍장관이 말한 시한은 한국과 미국의 선거를 전제로 한 것일 뿐 북한의 행동내용을 기준으로 한 페리의 한계선 개념과도 다르다. 그렇다면 정부는 대북 포용정책이 왜 시한부로 바뀐 것인지 그 이유를 좀 더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 물론 외교부 당국자는 시한을 설정한다는 뜻이 아니고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관계장관이 공개석상에서 분명히 밝힌 얘기인 만큼 그 뜻을 명확히 하고 넘어가야 한다.

특히 북한이 금년말이나 내년초까지 포용정책에 긍정적으로 다가오지 않으면 그 이후엔 이것을 포기하겠다는 뜻인지, 만약 포기한다면 그 이후의 대북정책은 보수강경으로 선회한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홍장관의 말대로라면 여당이 총선에서 보수층 유권자의 지지를 널리 얻어야 하기 때문에 포용정책을 접을 준비도 해야 한다는 얘기로 들리기도 한다.

이처럼 홍장관의 발언은 대북정책을 국내 선거와 관련지었기 때문에 여러가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대북관련 발언 등을 놓고 야당측이 대북정책을 선거용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상황이다.

대북정책에 관한 주요 발언을 할 경우 국가안보회의 같은 정부기구에서 논의절차를 거치는 게 필요하다고 보는데 홍장관의 이번 발언은 어떤 사전 조율을 거쳐 나온 것인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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