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다이제스트]「합리적인, 너무나 합리적인」

  • 입력 1999년 5월 7일 19시 40분


★「합리적인, 너무나 합리적인」신일희외 지음 한길사 310쪽 10,000원★

연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를 지낸 대표저자와 같은 학교전공출신 9명의 학자가 문학에서 철학, 영화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를 조명했다.

독일을 연상할 때 우리는 ‘합리성’을 떠올린다. ‘냉정할 정도로 철저하고 질서에 길들인 민족’. 이런 인식은 그들의 음악과 과학, 철학과 문학을 망라한 ‘문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치만 더 가까이 돋보기를 들이대 보자. 독일 문화야말로 합리와 비합리, 머리와 가슴 사이의 갈등을 가장 치열하게 품고 있다. 괴테에서 하이데거, 괴벨스에 이르기까지 독일의 대표적 인간상들을 분석, 독일인이 태생적으로 가진 ‘합리’와 ‘비합리’의 이중성을 파헤쳤다.

레싱은 인본주의 정신을 내세운 계몽주의 사상가. 그러나 그는 인간성이 우정이나 관용으로 실현될 수 있다며 이성과 비합리주의를 연결시킨다. 로자 룩셈부르크는 ‘피투성이 로자’로 불린 세기초 국제사회주의 운동의 혁명가. 그러나 그의 ‘옥중서신’은 현실의 삶에서 찾아볼 수 없는 꿈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토록 아름다운 날을 가슴에 새겨두세요! 오늘 하루는 활짝 핀 장미처럼 당신에게 주어졌어요….”

왜 지금 우리에게 독일인가. 마지막 장은 두 나라 사이의 만남을 상징하는 묄렌도르프 전혜린 김영희를 통해 주체적인 문화수용의 길을 제시한다. 우리가 갖지 못한 온갖 미덕을 막연한 ‘서구’에 투사할 것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냉철해질 때 올바른 이해의 길이 열린다는 것.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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