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수형「檢亂」의 정치적 해결

  • 입력 1999년 2월 3일 19시 29분


한 변호사의 수임비리 문제가 검찰 역사를 바꾸는 사건으로 발전했다. 판검사가 떡값 전별금을 받은 것때문에 비난받는 사태에 이어 고검장의 항명과 젊은 검사들의 집단서명, ‘수뇌부 퇴진’ ‘정치 검사 퇴출’같은 명제로 이어졌다.

항명과 서명은 그 시발과 표현방식에서 일부 문제가 제기됐다. 누가 보아도 떳떳하지 못한 ‘관행’에 대한 반성에 앞서 검사들이 들끓는 것은 큰 틀에서 집단 이기주의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시발은 이제 상대적으로 지엽적이다. 항명과 서명파동은 질적 전환을 이뤄 ‘정치검찰’ 문제로 비화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수도 없이 되풀이되어온 해묵은 과제가 오늘 당장 검찰의 ‘업무 정상화’를 이룰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현안으로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과 검찰수뇌부가 대처하는 방식을 보면 과연 본질적으로 톱니가 맞아떨어지는 대응이냐 하는 의문이 든다.

심재륜(沈在淪)대구고검장이 항명파동을 일으킨 다음날 청와대는 ‘총장은 임기가 보장돼 있다’고 밝혔다.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당연한 말도 때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다. 이 표현은 곧 총장에 대한 ‘재신임’으로 비쳐졌고 검찰은 이에 고무된 듯 더욱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일부에서는 정치권과 검찰의 ‘정치적 교류’라는 의심도 했다.

집단서명에 대한 대응도 비슷하다. 청와대는 3일 “검찰수뇌부는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며 ‘지원사격’을 했다. 검찰도 힘을 얻은 듯 사태를 신속히 ‘해결’했다.

항명과 서명은 검찰 내부 문제일 수 있다. 검찰조직이 건강하다면 스스로 해결할 일이다. 더구나 이 파동이 지향하는 것은 정치적 불간섭과 중립이다. 그렇다면 문제 해결도 비정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수형<사회부>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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