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大田사건 수사 유감

동아일보 입력 1999-02-01 19:00수정 2009-09-2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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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대전 법조비리사건 수사를 20여일만에 끝내면서 초미의 관심사였던 판검사의 경우 한명도 형사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의정부사건처럼 연루된 판검사들을 또 사표와 징계 인사조치로 마무리 한다는 것이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항간의 비아냥이 이번에도 들어맞은 셈이다.

검찰은 대(對)국민사과와 다짐을 앞세워 사건을 서둘러 봉합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비리관련 판검사에 대한 형사처벌의 벽을 다시 실감케 한다.

우선 구속 또는 불구속기소된 일반직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전현직 일반직원의 경우 5백만원 이상의 사건 소개비를 받거나 30건 이상 소개한 경우 구속기소, 3백만∼5백만원인 경우 불구속기소키로 했다.

이에 따라 각각 2백80만원, 3백만원을 받은 직원까지 구속하면서 5백만원 이상의 떡값 휴가비 향응 등을 받은 검사 4명은 형사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소개비’명목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건소개와 받은 돈의 대가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논리다.

그러나 소개비냐, 떡값 등이냐에 따라 법적 평가가 달라지는 이유를 국민은 납득하기 어렵다.

판검사의 형사처벌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검사냐 일반직이냐에 따라 처벌기준이 달라서야 ‘법앞의 평등’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러고서야 관행이라는 이유로 판검사와 변호사 사이에 오가는 떡값 향응 전별금 휴가비 등 법조계의 해묵은 ‘편법뇌물’을 어떻게 근절할 수 있겠는가.

일부 검사의 경우 ‘순수한 정’ ‘입원위문금’ ‘회식비’ 등으로 2백만∼5백만원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한차례에 보통 1백만∼2백만원 단위다. 이런 돈을 ‘순수한 뜻’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일반국민의 정서로는 이것도 뇌물이다.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대가성’이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넓게 보아 ‘잘 봐 달라’는 뜻으로 해석되면 뇌물로 인정해야 마땅하다. 그것이 비자금사건의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에게 적용된 이른바 포괄적 뇌물죄 이론이다. 왜 판검사에게는 이것이 적용될 수 없는 것인지 검찰은 답변해야 한다.

검찰은 검사와 일반직원들이 소개한 사건을 집중감사해 부당하게 처리한 사례가 있는지를 특별감사했으나 그런 사례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것도 액면 그대로 믿어지지 않는다.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은 대국민사과를 통해 새로운 윤리관과 직업의식 확립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어떠한 외부적 압력과 영향에도 흔들리지 않고 검찰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다짐을 주시할 것이다. 국민은 검찰의 근본적인 개혁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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