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여섯살의 국악 신동

입력 1998-10-11 19:44수정 2009-09-24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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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흥보가’를 완창한 국악신동 유태평양(柳太平洋)군을 보면 천재는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다는 말이 실감난다. 고수의 장단에 맞춰 자유자재로 소리를 풀어나가는 솜씨는 여섯살이란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판소리는 어느 예술보다도 수련과정이 어렵기로 유명하다. 철부지 어린이로 그 혹독한 과정을 견뎌내고 명창들도 힘들다는 판소리 완창을 해낸 유군의 천재성이 놀랍기 그지 없다.

▼흔히 영재교육에서 중요시되는 것이 재능의 조기발견과 부모와 스승의 역할이다. 유군은 이 점에서 좋은 환경을 갖춘 듯하다. 국악인을 아버지로 둔 그는 국악을 들으며 자랐고 두돌이 넘자 판소리에 입문했다. 명창을 스승으로 모신 행운도 안았다. 하지만 유군이 국악계의 재목으로 크려면 이제부터가 문제다. 그의 재능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체계적인 교육과 상당한 투자가 따라야 한다.

▼영재를 제대로 키워내는 것은 부모 책임만은 아니다. 국가적 관심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영재육성 프로그램이 놀라울 만큼 치밀하게 짜여져 있다. 국가재정이 어려워 예산을 삭감하더라도 영재교육에 투입되는 돈에는 절대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마약이나 폭력 등 각종 문제로 얼룩져 있는 미국사회이지만 상위그룹의 뛰어난 인재들로 원활한 국가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그것이 미국의 저력이다.

▼우리 교육환경은 영재육성에 관한 한 극히 비효율적인 체제라고 할 수 있다. 과외로 대변되는 주입식 교육이 영재를 위해서는 더없이 척박한 토양을 만들고 말았다. 부모들도 편견이나 출세지향주의에 매달려 자식의 재능에 대한 판단을 그르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게다가 정부 차원의 영재정책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모두가 ‘영재 키우기’에 눈을 떠야 할 때다.

홍찬식<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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