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규민/월마트와 유통전쟁

  • 입력 1998년 8월 14일 19시 56분


20세기 후반 미국의 산업은 쇠퇴하는 제조업과 눈부시게 발전하는 서비스업으로 요약된다. 서비스 분야중 특히 유통산업은 세계 어느 나라와도 비교가 안 될 만큼 규모와 시스템에서 압권이다. 초저가에 상품을 공급하려는 초대형 유통업체들의 경쟁은 첨단 경영기법 개발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래서 자고 나면 제품값이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비자들은 굿을 보며 떡을 먹는 셈이다.

▼미국 굴지의 유통업체들이 소비자의 환심을 사기위해 벌이는 서비스경쟁은 가끔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파격적인 것이 많다. 타깃이라는 유통체인은 상품구입 1년이내에 소비자가 원하면 무조건 환불해 주는 제도를 도입해 고객을 폭발적으로 확보했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살림살이 일체를 평생 거저 쓸 수도 있다. 우리 유학생 일부가 이 혜택을 만끽하다가 현지 언론의 질타를 받았지만 막상 당사자인 타깃은 눈도 꿈쩍하지 않았다.

▼월마트와 K마트는 미국을 상징하는 유통업계의 양대 산맥이다. 두 업체의 싸움은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섬뜩할 정도로 치열하다. 이미 판매한 상품이라도 2주일이내에 경쟁업체가 더 싸게 팔면 차액을 구입자에게 돌려준다. 살벌한 유통전쟁의 본바닥에서 단련된 월마트가 우리나라에도 상륙해 관련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월마트의 초저가 정책은 그 부담이 납품업체로 돌아가 제조업계를 멍들게 한다는 비난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쌀수록 좋겠지만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내려가면 부작용 또한 적지않다. 그러나 반드시 부정적인 것 만도 아니다. 원하는 납품가를 맞추려다 보면 제조업체의 원가절감 노력은 필연적 과제다. 월마트의 등장을 환란시대 제조업체가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을 수는 없을까.

〈이규민 논설위원〉kyu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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