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암 꼼짝마라』 유전자요법 초읽기

  • 입력 1998년 8월 4일 19시 35분


‘21세기 인간은 암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암으로 사망하는 국내 환자가 1년에 5만여명.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면역요법 등 기존 치료법으로는 정복할 수 없는 암치료의 대안으로 최근 ‘유전자치료법(Gene Theraphy)’이 제시되고 있다.

91년 미국에서 첫 임상실험이 이뤄진 뒤 97년 초 전세계에 유전자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2천여명.이 중에는 발병 유전자가 밝혀진 암환자가 대부분.

최근 고려대의대 천준교수가 개발한 전립선암 유전자치료법이 미국의 특허를 얻어 국내 유전자 치료법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암에 대한 유전자치료는 어디까지 왔는가?

▼유전자치료법의 원리〓유전자의 이상으로 생긴 질병의 경우 문제가 생긴 유전자를 ‘수리’해 치료. 암은 암세포억제 유전자가 기능을 잃거나 암세포를 유발하는 유전자의 작용이 활발해져 발생. 따라서 이론적으로 이 유전자를 고치면 암을 치료할 수 있다.

▼‘치료 유전자’의 종류와 운반체〓암세포에 △암세포 억제 유전자인 P53을 보충해주거나 △암세포만을 골라 죽이는 ‘자살유발 유전자’를 투입하거나 △면역기능을 강화하는 유전자를 넣어 암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 치료. 문제는 이런 치료 유전자를 어떻게 △정상세포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암세포에게만 전달하고 △수없이 많은 암세포에 효율적으로 전달하느냐는 것. 이에 따라 치료 유전자의 운반체가 중요.

▼유전자 치료의 어려움〓현재 개발된 운반체(벡터)는 세포에 잘 침투할 수 있는 바이러스나 지방합성체인 라이포좀. 이 중 바이러스 운반체는 활동성이 높아 암세포에 전달해주는 치료 유전자의 비율이 10% 정도로 높은 편. 그러나 돌연변이가 심해 인체에 적용할 때 안전성에 문제가 생긴다. 라이포좀은 안전하지만 전달율이 이보다 더 낮은 것이 단점. 또 치료 유전자 자체가 동물실험에서는 생기지 않던 독성을 인체에서는 보일 수 있다.

▼외국에서는〓유전자요법은 미국이 주도. 미국은 연구목적으로 임상실험이 이뤄질 때에는 미 국립보건원(NIH)에서, 치료목적일 때에는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실험지침을 따로 정해 연구의 허가와 진행을 통제. UCLA대병원은 P53 유전자를 이용한 임상실험을 폐암 간암 환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미 국립보건원과 피츠버그대는 면역유전자요법의 임상실험을 진행 중이며 자살 유전자 요법은 버지니아대와 펜실베니아대를 중심으로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의 임상지침〓유전자치료법이 안전성과 치료효과를 인정받은 표준 치료법이 아니기 때문에 임상에서 환자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임상실험지침이 필요.이에따라 최근식품의약품안전청 국립보건원 학계 관계자들이 모여 ‘유전자 치료 실무위원회’를 설립하고 연말까지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학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유전자치료의 임상연구가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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