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칼럼]황길신/韓-몽골역사 공동연구 지원을

입력 1998-07-31 19:13수정 2009-09-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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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구상에서 몽골만큼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90년 소련의 절대적 영향권에서 벗어나 민주화와 시장경제혁명을 이룩한 지 8년. 전에는 한산했던 수도 울란바토르의 거리는 이제 자동차 행렬로 가득하고 서구식 상점들이 늘어나 고대 유목생활과 현대 문명사회가 공존하는 도시가 됐다.

몽골은 한반도의 7배나 되는 광대한 국토에 동 석탄 금과 같은 지하자원이 풍부한 10대 자원 부국(富國)이다. 70년 동안의 사회주의 체제로부터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실질소득 감소, 실업자 증가와 같은 과도기적 진통을 겪고 있으나 문맹률이 낮고 변화에 대한 적응능력이 뛰어난 민족이어서 비교적 단기간 내에 잘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국과 몽골의 수교는 몽골의 민주화와 역사를 같이 한다. 수교 8년 동안 정치 경제 문화 학술 등 모든 분야에서 교류가 활발히 이뤄져왔으며 양국간 상호의존관계는 점점 심화될 전망이다. 98년7월 현재 울란바토르에 상주하고 있는 한국인은 5백여명이고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는 중소업체 수가 70개에 달한다.

몇년 전만 해도 서울사람들에게 울란바토르는 유럽만큼이나 먼 곳이었는데 지금은 직항노선 덕분에 서울∼전주간 고속버스로 가는데 걸리는 시간 정도로 단축됐다.

몽골사람들에게 한국은 일터요 쇼핑천국이다. 경제위기 여파로 지금은 그 숫자가 줄었지만 작년말엔 한국에서 일하는 몽골 근로자가 7천명이 넘었고 쇼핑여행자들 때문에 비행기 좌석 예약이 어려울 때가 많았다. 몽골에서는 한국 상품이 인기가 높다. 값에 비해 질이 좋기 때문이다. 요즘 울란바토르 거리에 굴러다니는 자동차 3대중 1대는 한국산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이처럼 한―몽교류가 활발하게 된데는 몸 속에 같은 피가 흐르고 있다는 동족의식도 한몫하고 있다. 생김새부터 비슷한 두나라 사람들은 처음 만날 때도 본능적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몽골의 정치지도자들은 국가정책에 있어 무엇보다 대외관계를 중시한다. 인구 2백40만명에 1백56만㎢ 면적의 내륙국가가 지구촌시대에 살 길은 선진국으로부터 외자를 도입해 산업을 일으키고 수출시장을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몽골 지도자들은 동북아 지역협력기구에 가입하는데 관심이 크며 특히 경제발전의 모델로 여기는 한국과의 협력 강화를 바라고 있다. 내년에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가입할 예정이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가입을 희망하고 있다. 또한 두만강개발계획(TRADP)은 몽골로서는 대양 진출을 위한 가장 가까운 항구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몽골은 거대시장인 중국 및 러시아와 8천㎞가 넘게 국경이 접해 있고 아시아와 유럽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 풍부한 부존자원 등으로 경제개발의 잠재력이 크다. 따라서 한국과 몽골 양국이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상호보완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간다면 장기적으로 이상적인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양국간에 주로 민간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각 분야 교류협력사업 중 우선 역사의 공동 연구만이라도 정부차원에서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황길신(주 몽골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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