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편입몸살」 지방대학

  • 입력 1998년 7월 19일 20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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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젊은이들은 고교를 졸업하면 대개 집을 나와 독립된 생활을 한다. 주로 대학 진학이 집을 떠나는 계기가 된다. 미국 학생들의 가장 중요한 대학선택 기준은 전공이다. 학과별로 우수한 대학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올해 18세인 미국 클린턴대통령의 외동딸 첼시는 지난해 캘리포니아에 있는 스탠퍼드대에 입학했다. 첼시는 하버드대 등 동부의 명문대에도 합격했지만 전공을 따라 백악관에서 멀리 떨어진 서부를 택했다.

▼원하는 대학이 집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는 별 문제가 안된다. 전국 대학을 상대로 입학허가를 신청하고 합격통지를 받은 학교 중 한 곳을 골라 진학한다. 이에 비해 우리 고교생들의 대학선택 기준은 대학의 소재지가 절대적이다. 서울 소재 대학을 가장 선호하고 그 다음 성적이면 수도권 대학을, 그보다도 못하면 지방대를 지원하는 식이다.

▼일단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의 서울 선호현상은 또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수십, 수백대 1의 과열경쟁 때문에 ‘제2의 대학입시’로 불리는 대학 편입학시험이 그것이다. 군입대생 등 소수의 결원을 보충하기 위한 편입학시험은 지방대 학생들이 서울 진입을 노리는 ‘관문’으로 굳어진 느낌이다. 이번 2학기 편입학시험은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대학마다 휴학생이 늘면서 모집인원이 사상 최대를 기록해 지방 대학생들의 대규모 이동이 예상된다.

▼‘편입학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지방대학들이다. 지방대 교수들은 새 학기만 되면 학생들이 빠져나가 교실이 텅 비는 탓에 수업의욕을 잃는다고 털어놓는다. 학생감소로 등록금 수입이 크게 줄어 도산위기에 놓인 지방대도 많다.해결방안은지방의우수대학을집중 지원해 그 지역 거점대학으로 키우는 길이다.고사직전의지방대를 구하기 위해 교육당국은 빨리 손을 써야 한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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