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시리즈를 마치며/취재팀]

  • 입력 1998년 6월 30일 07시 27분


대안교육 시리즈 취재는 4명으로 구성된 교육팀 취재기자들에게도 새로운 교육에 눈을 뜰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초기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취재대상 학교를 섭외하는 일이었다. 대부분 공교육의 테두리 밖에서 어렵게 살림을 꾸려온 대안교육 운동가들이 취재요청을 달가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들의 태도가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풀무학교의 홍순명교장은 “부끄럽지만 보여줄 것이 없다”며 한달간이나 사양하다 동아일보의 취재를 허락했다. 그러나 학생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홍교장의 교육철학을 접하면서 저절로 존경심이 우러나올 정도로 깊은 감명을 받았다.

눈보라를 맞으로 두번이나 방문했던 지리산 중턱의 간디학교도 기억속에 남아있다. 콧수염에 항상 골덴 바지차림인 양희규교장은 미국 산타바바라 대학 철학박사 출신으로 사재를 털어 학교를 세우고 대안교육 보급에 헌신하고 있다. 이 학교에서 아이들의 구김살 없는 표정을 대하면서 대안교육의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다.

‘성남 창조학교’는 ‘엄마’들이 초등학교 수업이 끝난 뒤 자녀들을 모아놓고 창의성 교육을 시키는 곳이다. 어릴적에 기발하던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서 틀에 박힌 사고와 언행을 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학부모들이 힘을 모아 세웠다.

산만할 정도로 자유분방한 수업분위기에 처음엔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자유분방함이 이 학교의 교육목표라는 말을 듣고서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었다. ‘엄마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지켜볼 뿐 간섭하지 않고 수업진행을 철저하게 아이들의 자유의사에 맡기고 있다. 제도교육의 한계를 극복해보려는 학부모들의 노력이었다.

강원 횡성의 덕고초등학교는 담도 없이 허름한 시골학교. 이 초라한 학교의 교육방식을 배우려고 전국에서 교사 학부모들이 앞다퉈 견학온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인체모형 지구의 삼발이 장구 등 온갖 교육자재가 가득찬 복도를 지나면서 의문이 풀렸다. “학생이 만지다 부서지고 닳는 것은 창고에서 먼지 쌓이는 것보다 낫다”는 교사들의 말은 열린교육을 이해하는데 더 이상의 설명을 필요없게 했다.

서울 근교에 위치한 다물자연학교의 자연학습장도 재미있는 취재였다. 4백평이나 되는 미나리꽝에서 올챙이 잠자리수채 소금쟁이 장구애비를 잡으면서 도시 아이들이 자연의 신비함에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을 보면서 ‘저것이 산교육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취재를 위해 찾아간 학교들은 한결같이 부자동네의 부자학교도 아니고 예산을 많이 쓰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지역사회와 교사 학부모가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보다 나은 교육을 위해 한마음으로 열정을 쏟고 있었다는 점은 같았다.

교육팀은 또 동아꿈나무재단에서 풀무학교 한가람고 한빛고 등 3개 학교에 1천만원씩의 장학금을 지급했을 때 작은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여러모로 부족한 기사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보내준 독자분들께 감사드린다.

〈교육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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