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홍/조남기장군의 북한 방문

  • 입력 1998년 6월 21일 19시 20분


지난 2월 조선족 출신 자오난치(趙南起)장군이 중국의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에 내정됐다는 소식은 해외 한국인의 성공담으로 신선한 화제였다. 정협 부주석은 명예직이지만 국가원로 예우를 받는다. 그는 87년 이미 장관급인 중국 인민군의 총후근부장(군수사령관격)에 올라 인민군 최고계급인 상장으로 진급했다. 당시 상장은 모두 17명 정도로 소수민족에게는 희귀한 출세였다.

▼그 자오장군이 22일부터 29일까지 북한을 방문한다. 그는 지린(吉林)성 정협대표 10여명으로 구성된 방북단을 이끌고 가 김정일(金正日)도 만날 예정이다. 지린성은 조선족자치주가 속해 있어 방북하는 정협대표 다수가 조선족일 것으로 보인다. 정주영(鄭周永)현대 명예회장이 방북하는 것을 보고 그들도 고향생각이 났을지 모른다. 그러나 자오장군의 고향은 그 쪽이 아니라 남한이다.

▼그는 1925년 충북 청원군 강내면에서 태어났다. 10대에 중국으로 건너가 공산당 팔로군에 입대, 4년제 군관학교를 졸업했다. 그의 군경력 중 지울 수 없는 것이 6·25 당시 중국인민지원군으로 참전했던 일이다. 지원군 총후근부장 훙쉐즈(洪學智)의 참모로 그는 깊은 신임을 받았으며 그후 중국 군부에서 계속 중용됐다.

▼6·25전쟁 발발일을 전후해 이루어지는 그의 방북이 행여 구연(舊緣)때문이라면 곤란하다. 그동안 북―중관계는 항일빨치산과 6·25전쟁에서 맺은 전우인맥이 큰 받침대 역할을 해왔다. 중국의 뉴리더 후진타오(胡錦濤)국가부주석은 4월말 한국에 와 ‘라오펑요우(老朋友·옛 친구)외교’를 펼치면서 21세기 양국관계를 다졌다. 자오장군도 방북시 한반도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고언하는 진정한 원로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재홍<논설위원〉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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