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칼럼]알뜰구매 장터 「인터넷 쇼핑몰」

  • 입력 1998년 5월 30일 20시 02분


인터넷은 새로운 쇼핑문화와 혁명적인 가격정책의 등장을 예고한다. 인터넷쇼핑은 일반적으로 사이버마켓에서 손쉬운 가격비교를 통해 고객에게는 싼 가격을, 판매상에게는 적은 마진을 가져다 준다. 그러나 가끔은 반대의 경우도 생겨난다. 특정상품을 특정고객에게 더 비싸게 팔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95년 나는 ‘마찰없는 자본주의 (Friction―free Capitalism)’라는 용어로 구매자와 판매자가 상품의 수요 공급상황에 대해 서로 거의 완벽하게 알게 되는 시장에 대해 설명했다. 인터넷은 바로 그런 방향으로 우리를 이끈다.

사실 시장에 나오는 상품의 대부분은 일상용품이다. 수많은 회사들이 비슷비슷한 TV세트를 만들어내 다수의 소매상이 이를 팔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폭은 그만큼 넓다. 구매자는 유통시장이 효율적일수록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쇼핑을 할 수 있다. 인터넷은 효율적인 시장이다. 네티즌들은 손쉽게 이 가게에서 저 가게로 다니며 가격을 훑어볼 수 있다. 가격을 자동으로 비교해주고 값을 흥정할 필요가 없게 만드는 소프트웨어도 나와 있다.그렇다면 ‘가격에 신경쓰지 않는 구매자에게도 인터넷이 도움이 될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 판매자는 손님으로부터 가장 비싼 값을 받아내는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품과 서비스가 일상용품이 아닐 경우에 그렇다. 많은 유통상들은 상품가격을 광고하면서 ‘당신이 발견할 수 있는 최저가’라고 말한다. 이것은 뒤집어 생각하면 마진이 높게 책정된 물건이라 할지라도 더 싸게 팔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자동차 영업사원이 비싼 가격이 적혀 있는 팜플렛을 보여주고 실제로는 가격을 깎아줄 때 눈치빠른 사람이라면 구매자의 패턴별로 다양한 가격이 매겨져 있음을 알아챈다. 두명이 동시에 차를 사려한다면 똑같은 모델이라 할지라도 서로 다른 가격을 제시받게 될 것이 틀림없다. 둘 중의 한명은 서둘러서 승용차를 구입하는 사정이 있거나 비싼 값을 지불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격정책은 ‘어수룩한’ 고객들로부터는 마진을 충분히 챙기면서 까다로운 손님에게는 저렴한 가격을 동원해 구매욕구를 이끌어낸다. 좀 심하다고 하겠지만 멀지않아 인터넷도 그런 방법을 쓰게 될 것이다.

인터넷쇼핑몰은 인터랙티브(대화형)기술을 이용해 고정고객이 누구인지 손쉽게 알아낸다. 당신이 패스워드로 웹사이트에 로그인 하는 순간 신분을 확인하거나 그 사이트가 이미 당신의 하드디스크에 부여한 번호를 읽어낸다. 이 번호들은 쿠키라고 불린다. 쿠키 덕분에 웹사이트는 당신에게 차별화된 정보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인터넷쇼핑몰이 과거 당신이 구입한 물건의 가격과 구입하지 않았던 물건의 종류를 파악하게 된다면 어떤 물건의 값을 내려 구매를 부추겨야 할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가격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웹사이트는 값을 올려버릴 것이다.

그러나 걱정할 일은 아니다. 이러한 가격결정방법은 특정한 상품과 서비스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터넷은 늘 구입하는 생필품의 가격을 떨어뜨릴 것이다. 시장에서 팔리는 물건들은 대부분 일상용품이고 결국 편해지는 것은 소비자다. 물론 한 두 사람쯤은 손해를 본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정리〓정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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