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막오른 금융구조조정

  • 입력 1998년 1월 3일 20시 28분


정부는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을 내외국인을 상대로 2월중 공개매각키로 확정했다. 이와 함께 외국금융사의 국내 현지법인 설립과 인수합병을 허용하는 등 금융산업이 대대적으로 개방된다. 부실 종금사의 무더기 폐쇄가 임박했고 은행과 증권사는 국내회사와 짝짓기로 살아남거나 외국기업에 경영권을 넘겨야 한다. 문을 닫아야 할 금융기관도 적지 않다. 금융빅뱅은 하루가 급하다. 재벌의 방만한 경영과 금융의 낙후가 한국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한 주범이기 때문이다. 외국금융자본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면 단기적으로 충격이 엄청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첨단경영기법을 갖춘 외국금융사 진입은 우리나라 금융의 선진화를 유도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국내금융사들은 관치금융과 주먹구구식 경영의 타성에서 벗어나 전문화 대형화 국제화를 통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은 감자(減資)와 정부출자에 의한 경영구조개선을 거쳐 외국기업에 넘겨질 공산이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측은 주주와 경영진에 부실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경영에 권한과 책임이 없었던 소액주주에게 지나치게 손해를 주는 방식으로 감자를 추진해선 안된다. 경영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예금주나 거래기업에도 불이익이 없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빅뱅 와중에서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을 최소화하는 것 또한 발등의 불이다. 은행들이 작년말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대출을 억제하자 흑자도산이 속출했다. 이같은 금융마비 현상이 재발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구조조정 때문에 건실한 기업이 희생되어선 안된다. 투명한 기준으로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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