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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실없는 「임금동결 선언」

입력 1997-03-19 19:54업데이트 2009-09-27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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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18일 경총을 통해 올해 임금을 사실상 동결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조실장회의 이후 여섯번째 임금동결 선언이다. 그러나 「선언」과 「실제 임금협상」이 따로 움직이는 관례가 여전히 재연되고 있다. 최근 과장급이상 간부사원의 임금을 동결하겠다던 모그룹의한계열사에서는 700%였던 상여금을 800%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조합과 임금협상도 시작하기전에 서둘러 전계열사 임직원의 임금을 동결하겠다고 발표한 S그룹의 한 임원은 『이미 노조간부들과는 이야기가 된 상태』라며 『동결하더라도 경영실적이 좋으면 연말에 가서 성과급을 얹어줄 수도 있는 것이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다른 대기업계열의 전자회사는 노사공동으로 임금동결을 발표했지만 주택자금 학자금 등 이른바 복리후생혜택은 대폭 확대했다. 경총관계자는 『임금동결발표후 타사의 눈치를 보며 임금협상을 미루거나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등 편법으로 임금을 인상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전직원의 임금을 동결하겠다고 선언한 대기업의 한 과장은 『요즘은 근로자들도 고임금이 기업에 부담이 된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기업주들이 경제단체들의 바람잡이에 편승해 알맹이 없는 임금동결을 외칠 것이 아니라 줄 것은 주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정정당당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룹오너 등 대주주도 주식배당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으로 실질적인 고통분담의 의지를 보인다면 근로자들도 자신의 몫을 유예하는데 인색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나 각기업은 몇달만 지나면 거짓말로 드러날 공허한 임금동결선언을 남발하기보다는 현실에 맞는 방안을 제시하고 적극적 대화를 통해 임금협상을 풀어나가야할 것이다. 이용재기자(경제부)

빛나는 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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