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갈등 탐구]딴주머니『나는 괜찮고 너는 안되고…』

  • 입력 1997년 2월 25일 20시 13분


전업주부 김모씨(36)는 최근 남편이 시댁고모에게 30만원이 넘는 코트를 사준 사실을 알았다. 김씨는 『당신은 어떻게 당신 가족만 생각하오』라며 넌지시 운을 떼며 물었으나 남편은 『당신은 평소 우리집 가족들에게 잘해준 것이 뭐있어』라며 오히려 역정을 냈다. 시부모의 생신날짜를 챙긴다든지 집에 찾아온 시댁식구들의 뒤치다꺼리를 한 사람이 누군데 오히려 나에게 역정인가라는 생각이 들자 섭섭하다 못해 서러운 생각까지 들어 김씨는 결국 대판싸움을 벌이고 말았다. 결혼은 개인과 개인의 결합이 아니라 가족과 가족의 결합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배우자의 가족을 나의 식구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잊어버리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배우자의 가족은 등한시하면서도 내 가족을 무시하거나 소홀히 하는 것같으면 여간 섭섭한 게 아니고 심지어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는다. 이 때문에 배우자와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하고자 할 때 딴주머니를 마련하는 사람이 많다. 시집일에 노이로제증세를 보이는 아내 몰래 부모님께 아들 키운 보람을 안겨주고 싶은 남편도 딴주머니를 갖고 친정부모를 잊지 못하는 아내도 딴주머니를 준비해 둔다. 그러나 이들은 배우자의 딴주머니를 곱게 보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부부는 서로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간혹 딴주머니가 들통나게 되면 싸움으로까지 번지게 된다. 배우자의 가족이 아무리 거추장스러워도 그들은 배우자의 피붙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나의 피붙이가 아니라 해서 그들에게 소홀히 하거나 의무를 회피함으로써 배우자에게 상처를 주고 이로 인해 서로에 대한 신뢰를 깨뜨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최혜경<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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