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옥의 세상읽기] 사라진 「1원」

  • 입력 1997년 1월 31일 20시 09분


저녁 반찬으로 물미역을 무쳐 먹을까 싶어서 사내 아이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얼른 가서 물미역 좀 사와라』 오백원짜리 동전 한 개를 가지고 슈퍼마켓에 갔던 아이는 신이 나서 뛰어들어 왔다. 『엄마, 4백73원인데 누나가 30원 거슬러 줬어요. 3원 벌었어요』 『그래? 그러면 원래 얼마 거슬러 받아야 하는 건데』 그랬더니 아이는 얼른 대답을 하지 못한다. 초등학교 이학년인데도 아직 셈 계산에 밝지 못해서 슈퍼마켓 누나가 3원 덜 받은 건 알아도 원래 정확히 받아야 할 거스름돈이 얼마인지는 모른다. 왜 저렇게 계산이 느릴까. 날 닮았나 싶어서 답답한데 아들녀석이 입을 열었다. 『엄마, 저는요, 일원짜린 몰라요』 『뭐 일원 짜릴 몰라. 너 학교에서 두자릿수 세자릿수 더하고 빼는 거 배웠잖아. 그 일의 자릿수하고 똑 같은 거야』 그래도 아들녀석은 계속 제 얘기만 한다. 『누나 보물함에 일원짜리가 다섯개 있는데 귀한 거라고 저한테 잘 보여주지도 않아요』 아이는 계산이 더딘 생각은 못하고 일원 짜리 동전을 한 개도 갖지 못한 걸 속상해하고 있었다. 어디 일원짜리 동전 뿐인가. 오원짜리 동전도 거의 볼 수가 없으니 우리나라화폐는 십원단위부터 시작이 되나 싶을 정도다. 언제부턴가 시장은 물론이고 일원단위까지 정확하게 값을 매긴 슈퍼마켓에서도 일원이나 오원짜리 동전은 쓰지 않는다. 은행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경우는 오원이 넘을 경우 십원으로 반올림을 하고 오원이 넘지 않으면 그냥 무시해버리는 계산을 한다. 이래서 일원짜리는 가치가 떨어지다 못해 이제는 오히려 딸 아이의 보물함 속에 자리잡는 역설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쓸 데가 없고, 그래서 점점 보기 힘들어지는 동전들. 그 동전을 만들기 위해서 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분명 화폐로서의 가치는 있을 것이다. 일본에 갔을 때 그 사람들이 정말로 일엔을 소중히 여기고 물건을 사고 팔면서도 정확하게 계산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동전 거래가 귀찮아서 「일원인데 뭘」하는 생각보다 정확하게 그 가치를 인정한다면 아들녀석의 셈 계산도, 우리들의 경제관념도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차 명 옥<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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