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여당단독으로 변칙처리된 노동관계법을 둘러싼 파업사태가 20일 넘게 계속되고 있다. 그로 인한 경제 사회적 혼란과 동요, 걷잡을 수 없는 불안감이 온 사회를 누르고 있다. 이 국가적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지 못하면 밝은 내일은 기약하기 어렵다. 우리는 현 난국을 하루빨리 극복하기 위해 정부여당과 야당 그리고 노동계가 대타협을 할 것을 촉구한다. 지금 시국은 삼자의 타협없이는 수습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이미 본란을 통해 수습책의 하나로 상급단체 복수노조의 인정을 제시한 바 있다. 또 야당은 대안(代案)을 내놓고 대화에 나서야 하며 무엇보다 모든 당사자가 한발짝씩 물러서서 이해와 양보속에 타협을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는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시국수습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어려운 상황을 타협 국면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 뿐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김대통령이 어제 金壽煥(김수환)추기경을 만난 것은 시의적절하다. 김대통령은 추기경뿐 아니라 각계각층 지도급 인사의 의견도 경청하기 바란다. 여야 정당과 노동계가 전혀 접점(接點)을 찾지 못한 채 대치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결단없이 난국은 풀리지 않는다. 얽힌 매듭을 풀어주고 대화의 물꼬를 터줌으로써 국민화합을 이끌어내야 한다. 김대통령은 각계 여론을 폭넓게 듣고 수렴하는 차원에서 야당측의 영수회담제의도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야당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야당총재 또한 국정최고책임자와의 대화를 통해 해법을 마련토록 명분과 기회를 주는 것이 사태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여당도 자세를 크게 바꿔야 한다. 李洪九(이홍구)대표가 노동법의 변칙처리를 사과하고 대화로 사태를 풀자고 했지만 그것만으론 아직 미흡하다. 법에 문제가 있다면 개정할 수 있다는 열린 자세를 보여야 한다. 대통령은 여당에 대해 현재 노사간 노정간에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중에서 「상급단체 복수노조」의 즉각적인 허용이 가능하도록 이 부분에 대한 국회 재심의를 지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야당으로 하여금 국회에 들어올 명분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야당도 길거리 장외투쟁에 나설 때가 아니다. 이젠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 지금의 사태는 최종적으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풀어야 한다. 삼자간의 타협을 위해서는 노동계도 파업을 중지하고 대화의 장(場)으로 나와 함께 난국을 풀어야 한다.
대타협으로 문제를 푸는 데는 시기가 중요하다. 곧 봄철의 임금교섭이 시작되면 파업사태가 오래 갈 수도 있다. 지금 당장 대타협을 이루지 못하고 삼자간 힘겨루기가 계속된다면 사회적 혼란과 동요 또한 장기화한다. 그런 상황에서 나라의 발전과 도약은 어림없다. 거듭 정부여당과 야당 노동계의 조속한 대타협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