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한국이미지」박사논문 블렉스텍스교수

  • 입력 1997년 1월 17일 20시 19분


「申福禮기자」 프랑스 작가이며 계몽사상가였던 볼테르가 1754년에 쓴 희곡 「중국의 고아들」에는 코리안이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구원을 상징하는 힘센 민족으로 나온다. 몽골의 칭기즈칸이 중국을 침략해 황제의 아들이 포로로 잡히고 백성들이 도탄에 빠졌을 때였다. 중국인들은 한결같이 『코리안이 곧 도와주러 올 것이다. 코리안만 오면, 그때까지 버틸 수만 있다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 중국은 몽골과 휴전하고 코리안은 극중에 등장하지 않고 성밖까지 왔다는 소식만 남긴 채 희곡은 끝을 맺는다. 중세부터 일제 식민지 시대까지 프랑스의 문학작품 신문 잡지 등 옛문헌에 나타난 한국의 이미지를 좇아 지난 87년부터 프랑스는 물론 런던 로마 등의 도서관 서점을 누비며 관련 자료를 수집해 온 한국외국어대 불어과의 프랑스인 교수 프레드릭 블렉스텍스(38). 그는 10여년간 모아온 2백50여종의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최근 「프랑스 문헌에 나타난 한국의 이미지」라는 논제의 박사학위 논문을 완성했다. 「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곳, 비밀스러운 은둔의 나라 코리아」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정직하고 슬기로운 사람들」 등이 프랑스 옛문헌에 나타나 있는 한국에 대한 공통된 이미지다. 그가 갖고 있는 자료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254년 몽골제국에 파견된 프랑스의 기욤 드 뤼브로크신부가 쓴 「몽골제국 여행기」. 20만명의 코리안이 전쟁포로로 몽골에 끌려왔는데 이들에게 한국에 대해 물었더니 『한국은 조용한 것을 좋아하고 조용하게 살기를 바란다. 몽골의 침략을 받지 않기 위해서 돈도 바쳤다』고 답했다는 것. 1866년 강화도에 왔던 프랑스 군대가 집집마다 책이 있는 것을 보고 놀라 「한국인은 글을 중시하는 민족」이라고 써보낸 신문기사,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를 헤드라인으로 한국의 장례풍습을 다룬 기사(1904년)…. 블렉스텍스교수는 1900년 전후 한국인의 삶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담아 내년초 박사학위논문 한글번역본을 낼 예정이다. 그는 지난 85년 군복무 대신 해외근무를 택해 프랑스대사관의 어학담당관으로 왔다가 한국에 반해 한국여인과 결혼하고 아예 둥지를 틀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