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곳곳 「실업과의 전쟁」…4개국 현황

  • 입력 1997년 1월 15일 20시 18분


<<근로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실직으로부터의 해방과 임금 향상이다. 이를 위해 노동조합이 존재하고 파업 등 쟁의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정부가 실업의 불안해소와 합리적인 임금수준 유지를 보장해야 노조의 쟁의행위를 잠재울 수 있다는 뜻이다. 영국병이라는 시사경제용어가 만들어졌을 만큼 실업문제가 심각했던 영국은 최근 완전고용에 근접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자리를 변형시간근로로 나누기 때문에 임금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미국 일본 독일 같은 경제강국들에서도 실업률 낮추기가 정부의 우선적 경제정책이다. 문제는 영국과 미국의 실업률이 일본보다 높지만 일본 근로자들의 「체감실업률」이 다른 나라보다 심각하다는데 있다. 각국별 문화와 풍토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들 경제선진국들의 실업실태를 알아본다.>> ▼ 미 국 「뉴욕〓李圭敏특파원」 미국의 경제는 이 나라 경제사에 흔치 않은 7년 연속성장의 기록을 실현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미국 경제에서 실업률은 별로 의미를 갖지 못하는 통계에 불과하다. 실제로 작년말 현재 미국 전체의 실업률은 5.4%에 불과했고 올해는 그 보다 더 낮아져 5.2%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고돼 있다. 이에 따라 실업보험 신청자 수도 급감하고 있다. 미국에서 5.5%의 실업률은 완전고용 이상의 상태를 뜻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93년 이후 정보통신과 컴퓨터부문 등의 설비투자가 매년 10%이상씩 증가하면서 이들 분야의 취업기회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유타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등 첨단산업이 발달된 주에서는 실업률이 3% 이하로 떨어지면서 심각한 인력부족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호황에 힘입어 자동차 등 내구성소비재의 수요증가로 시카고와 디트로이트 등 중부 산업지대도 인력난으로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95년부터 불어닥친 기업들의 감량경영 정책으로 이른바 「정리해고」됐던 연평균 2백만명의 근로자들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힘입어 모두 다시 직장을 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실업률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추정은 이들 해고 근로자가 산업체에 완전흡수됨에 따라 올해부터는 인력시장에서 수요는 느는데 공급이 줄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이처럼 실업률이 낮아지자 미국 행정부의 실업에 대한 대책은 현재 뚜렷한 것이 없다. 오히려 인력부족 상태를 어떻게 해소하느냐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는 것같다. 오늘날 미국을 이론상의 완전고용 상태로 만든 가장 큰 요인은 지난 80년대 중반 불황시절 국제경쟁력 저하에 위기를 느낀 기업과 정부가 제조업의 재건을 위해 과감하게 투자한 결실로 평가된다. ▼ 영 국 「런던〓李進寧특파원」 영국의 실업률이 눈에 띄게 떨어져 세기가 바뀔때 쯤이면 완전고용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60, 70년대 「영국병」으로 일컬어진 대량실업의 시대를 겪은 영국으로선 격세지감이다. 가장 최근 발표된 영국의 실업률은 지난해 11월의 6.9%. 11월 한달동안 전례없는 9만5천8백명의 실직자가 일거에 취업, 실직자수가 91년 이후 처음 2백만명 이하인 1백92만9천명으로 떨어졌다. 이웃 유럽국가의 실업률은 △프랑스 12.7% △이탈리아 12.2% △독일 10.8% 등. 유럽 평균이 10% 안팎이니 영국의 고용사정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가늠할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영국의 실업률이 지금 추세로 가면 3년내에 경제적 완전고용상태인 5% 이내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실업률이 6%까지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고 98년에 6%이내, 99년에 5%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영국의 고용사정이 이처럼 좋아지는 이유로 첫째, 외국인 투자유입과 경제사정의 호전으로 인한 새 일자리 창출이 거론된다. 영국은 올해 유럽 평균(2.4%)을 훨씬 웃도는 3.75%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된다. 둘째, 제도의 변화. 지난해 10월부터 실직수당을 없앤 대신 구직자수당을 지급키로 제도가 바뀐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직자들이 구직서약을 하고 이를 충실히 따라야 수당을 받기 때문에 취업이 는다는 것이다. 셋째는 노동력시장 자체의 변화. 경제력과 생산성의 상승으로 노동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 취업이 더 쉬워졌기 때문이다. 또 노조의 세력약화로 기업이 노동력을 탄력적으로 운영, 임시 또는 단기적인 일자리를 많이 창출함으로써 안정성은 떨어지지만 고용은 증대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 독 일 「본〓金昶熙특파원」 「전후(戰後)최악의 상황」 또는 「독일 최대의 사회적 치욕」이라고 불리는 실업은 당장 마음먹은대로 치유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연말 최후저지선이라는 실업자 4백만명선이 깨진 것은 물론 4백50만명선도 오는 2월 무너진다는 것이다. 현재 10.8%에 달하는 실업률이 금년말까지 10%선 아래로 내려가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건설분야의 계절적 실업이 해소된다 하더라도 여타 산업분야의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탓이다. 『오는 2000년까지 실업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헬무트 콜 총리는 기회 있을 때마다 공언하고 있다. 연간 19억시간에 달하는 초과근로 가운데 40%만 줄여도 30만∼40만개의 파트타임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고, 따라서 실업률을 1%포인트 줄일 수 있다고 집권여당은 주장한다. 여기에 노조가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근로조건을 보다 유연하게 만드는 데에 동의할 경우 정부는 조세개혁과 재정분야의 삭감을 통해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투자환경을 유리하게 만드는 등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지금까지 국민들이 누려온 사회복지 혜택이 엄청나게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노조의 입장은 주로 수요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즉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국내총생산(GDP)의 1%를 사회간접자본 시설에 투자, 실업률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상반된 대처방안들이 어떤 방식으로 수렴될지 현재까지는 알 수 없다. 오는 2000년까지 약 30만개의 일자리가 고임금의 독일을 떠나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현재의 전망이고 보면 노사가 어떤 방식으로든 머리를 맞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현재의 전망이다. ▼ 일 본 「東京〓尹相參특파원」 일본은 거품경기가 꺼진 뒤 저성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실업률이 점차 높아지고 젊은이들의 입사 문턱이 높아지는 「취업의 빙하기」를 맞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5월과 6월 계절 및 마찰적 요인을 빼고도 3.5%라는 사상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 경기가 점차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 무색해지고 있다. 「고용없는 경기회복」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본의 고용이 악화된 것은 무엇보다 장기불황이 계속되자 기업들이 너도나도 사업재구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5년말 기준으로 관리사무 부문을 축소했거나 투자를 줄이는 등 사업을 재조정한 기업이 전체의 44%에 달했으며 지난해에도 37%(추정)정도가 이를 계속한 것으로 노동성 집계에서 나타났다. 일본정부는 실업을 동반하지 않는 노동이동을 촉진시키고 특정 불황업종에 대해 사업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개정업종 고용안정법」을 제정하고 노동시장의 규제완화 등을 골자로 한 고용대책기본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그러나 구미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일본은 아직도 실업률이 낮고 임금 격차도 작은 편. 다만 고용인구가 제조업으로부터 비제조업으로 이동하고 미숙련노동자의 고용기회 감소가 심화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노동성은 현재 경기가 악화상태를 보이고는 있지만 실질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기 때문에 오는 2000년에는 실업률이 2.7%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민간연구기관 중에는 공업화사회에서 정보화사회로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일본의 실업률이 서구와 비슷한 10%대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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