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부킹전쟁]왜 「별따기」 됐나

  • 입력 1996년 11월 1일 20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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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永植 기자」 「부킹전쟁」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국내 골프인구는 지난 90년 이래 매년 15∼20% 정도씩 증가하고 있지만 골프장은 절대 숫자가 부족한데다 그 증가율이 더디기 때문이다. 96년 10월말 현재 영업중인 18홀 이상의 정규코스를 갖춘 회원제 골프장은 모두 85개. 이를 규모별로 보면 36홀짜리가 14개, 27홀짜리 18개이고 나머지 53개는 18홀짜리. 이를 18홀코스를 기준으로 하면 국내에는 1백8개 코스가 있는 셈. ▼ 수용인원 이미 초과 ▼ 골프장 한 곳이 하루에 받을 수 있는 골퍼는 연중 평균 2백50명선. 여기에 골프장이 한 해에 손님을 받을 수 있는 날은 휴장일 등을 빼면 최대 3백일. 결국 한 골프장에서 한해에 받을 수 있는 손님은 7만5천명선. 여기에 골프장 수 1백8개를 곱하면 우리나라 전체 골프장에서 골프를 칠 수 있는 인원은 8백10만명 정도가 된다. 지난해 골프장 내장객 수가 8백24만2천9백27명으로 국내 골프장은 이미 정원초과상태다. 한국골프장사업협회와 한국산업경제연구원 등 관련기관에서 추정한 96년 10월 현재 골프인구는 약 2백만명. 따라서 골퍼 한 사람당 필드에 나갈 수 있는 횟수가 연간 네번 정도에 불과하다는 계산이다. 골퍼 한 사람당 석달에 한번꼴로만 골프장에 나간다면 계산상 부킹전쟁은 사라진다. 그러나 일단 골프에 맛을 들인 사람치고 어느 누가 석달에 한번꼴로 골프를 치는 것으로 만족하려 하겠는가. 골프부킹전쟁은 이래서 필연적이다. 부킹전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회원권을 가진 골퍼가 소위 「끗발」이 센 비회원의 도움을 받아야만 자신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짜리 회원권을 갖고 있는 골프장의 잔디를 밟을 수 있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골프장측의 장삿속도 부킹난을 부채질하는 또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 경기 용인의 N골프장측은 『회원 그린피만으로 유지할 수 있는 국내 골프장은 단 한 곳도 없다. 회원과 비회원을 3대7 비율로 받을 경우 한해 매출액은 평균 45억원 정도인데 특소세와 부가세 등 각종 국세와 지방세로 약 9억원이 빠져나간다. 코스유지 보수비가 워낙 엄청나고 기타 경비를 제하고 나면 적자를 기록하는 해도 있다』며 「비회원 부킹의 불가피성」을 털어놨다. 그렇다면 외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흔히 「골프천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은 92년말 현재 골프장이 1만4천3백75개를 넘어섰고 현재는 1만5천개에 육박한다는 것. 가까운 일본은 96년 현재 2천3백여개의 골프장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 미국은 한국보다 골프장 수가 약 1백50배나 많지만 골프인구는 3천만명 정도. 한국의 골프인구 2백만명의 15배. 한편 한국보다 23배 많은 골프장을 지닌 일본의 골프인구는 약 1천5백만명으로 한국의 약 7.5배. 골프인구와 골프장 수를 비교해보면 우리에 비해서는 훨씬 사정이 낫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부킹이 「하늘의 별따기」에 비유되다보니 최근 신설되는 골프장들은 「부킹보장」을 내걸고 회원권값을 2억원대로 올렸으나 매물이 나오기 무섭게 날개돋친듯 팔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말 현재 회원권시세는 서울CC가 2억7천만원, 신원월드CC가 2억5천만원, 은화삼CC가 2억4천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보통사람들에게 골프가 「가진자들의 스포츠」라는 인식을 깊게 심어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한국골프장들은 술집에 비유하면 대부분이 호화롭게 차려진 「룸살롱」이라는데 문제점이 있다. 골프장사업협회 이상용부회장은 『미국의 경우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선술집」같은 퍼블릭코스가 많아 서민들은 30달러 안팎의 돈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 퍼블릭코스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엄청난 건설비와 세금 때문에 감히 엄두를 내는 개인사업자가 없기 때문. 현재 각종 세금과 엄청난 공사비 토지매입비로 인해 18홀 평균 조성비가 6백75억원이라는 거액이 들어가 회원권을 팔 수도 없는 퍼블릭코스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환경운동연합의 孟지연간사는 『골프를 스포츠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환경보호와 보전에 대한 법적인 제재조치가 아직도 미흡한 실정에서 골프장이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것이 문제다. 발파작업과 독성 농약사용으로 인해 아직도 주변 농촌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 「퍼블릭」 건설 엄두 못내 ▼ 정부측은 「골프장 대폭 증설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만 계속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현재의 부킹난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 소득수준이 올라가면 국민들의 여가욕구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인데 언제까지 행정력이나 정책으로 인간의 욕구를 억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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