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환, 점수는 같았지만 ‘여2’로 金…“여서정에 기 받았다”

강동웅 기자 입력 2021-08-02 21:18수정 2021-08-02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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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일본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체조 남자 도마 결승에서 신재환이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전광판에 찍힌 점수는 두 선수가 똑같았다. 1,2차 시기 평균 14.783점. 2일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체조 남자 뜀틀 결선 경기가 모두 끝났을 때였다.

경기장이 잠시 술렁거렸으나 ‘비밀병기’ 신재환(23·제천시청)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신재환은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데니스 아블라진(28)과 동률을 이뤘지만 1, 2차 시기 시도 점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1위를 확정지었다. 처음 출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서는 순간이었다.

예선을 1위로 통과한 신재환의 상승세는 결선에서도 계속됐다. 요네쿠라 기술(난도 6.0점·공중에서 3바퀴 반을 돈 뒤 착지)을 1차 시기에 성공하며 14.733점을 받았다. 2차 시기에서는 ‘여2’(난도 5.6점·뜀틀을 짚고 두 바퀴 반을 비틀며 900도 회전하는 기술)까지 성공시키며 1차 시기보다 높은 14.833점을 받았다.

2일 일본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남자 도마 결승에서 신재환이 연기를 마치고 환호를 하고 있다. 도쿄=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신재환의 금메달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여홍철 경희대 교수가 만든 ‘여2’를 통해 완성됐다. 신재환이 시도한 여2 점수가 가장 높았기 때문에 성적 우세 판정을 받았다. 데니스의 최고 점수는 2차 시기의 14.800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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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신재환은 전날 여자 뜀틀에서 동메달을 거머쥔 여서정(19)의 응원을 소개했다. 그는 “서정이에게 ‘기를 달라’고 했다. 그러자 서정이가 ‘오빠 꼭 잘 하라’면서 주먹으로 하이파이브를 해 줬다”고 웃었다.

9년 만에 한국 체조에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신재환은 도쿄 올림픽 출전을 한 달 가량 앞두고 “저 자신에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2018~2020년 뜀틀 세계 랭킹 1위로 일찌감치 도쿄행 티켓을 거머쥔 줄 알았던 신재환은 6월 국제체조연맹(FIG)이 개최한 카타르 도하 월드컵에서 5위로 부진하며 간신히 출전권을 지켰다. 안일함에 빠져 지냈던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심기일전한 신재환은 무섭게 집중했다. 통상 훈련 시 한 번 기술을 할 때마다 5분은 쉬어야 하지만, 30초 만에 다시 뛰었다.

2일 일본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남자 도마 결승에서 신재환이 연기를 펼치고 있다. 도쿄=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신재환은 지난달 24일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체조 뜀틀 예선에서 평균 14.866점으로 전체 1위에 올랐다. 신재환은 “도하 월드컵 때 기술 착지에 실패하면서 내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던 게 초심을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됐다”고 했다.

신재환은 충북 청주 율량초 5학년 때 한 학년 위의 형이 충북소년체육대회에서 체조로 상을 받는 걸 본 뒤 곧바로 체조부를 찾아간 게 체조와의 인연이 됐다.

금메달을 딴 뒤 그는 “돌봐준 가족에게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재환의 아버지 신창섭 씨는 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과거에는 택견도장을 운영했고, 지금은 헬스장을 운영하고 있다.

어릴 때는 부상 위험이 많은 뜀틀 종목에 대한 부담이 컸다. 특히 처음 시도하는 기술을 맞닥뜨리면 실패 후 부상에 대한 공포를 떨치기가 힘들었다. 충북체고 시절에는 허리 디스크가 터져 철심을 박은 적도 있다. 체조를 그만하겠다고 말했을 때 아버지는 “여기서 그만두면 호적에서 팔 거다. 그만두는 순간 너는 내 아들이 아니다”라고 꾸짖었다. 그는 다시 체육관으로 돌아왔다.

신재환은 동료들이 한 목소리로 칭찬하는 유망주로 성장했다. 신재환의 롤모델이자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양학선(29·수원시청)은 올림픽 출전 전부터 “(신)재환이가 연습하는 걸 보면 누구보다 정말 잘 준비해왔다. 아직 20대라 훈련을 한 만큼 실력이 곧바로 늘고 있으니 부담 갖지 않고 자신 있게 하면 메달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점쳤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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