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에게도 올림픽 메달은 꿈…류은희 ‘다시 우생순’ 선봉장 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1일 14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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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

1976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핸드볼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뒤 올림픽에서 세계 남녀 대표팀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성적표를 거뒀지만 최근 2차례의 올림픽에서 고개를 숙였던 한국 여자대표팀은 과거 영광을 되찾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전·후반 60분 동안 상대를 지치지 않고 몰아붙이기 위해 ‘체력’에 중점을 뒀다. 3월 19일부터 진천선수촌에 모인 대표팀은 촌내에서 공기 흡입량 조절이 가능한 특수마스크를 끼고, 국내에서 평균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강원 태백(해발 902m)을 촌외 훈련지로 낙점해 달리며 폐활량을 길렀다. 또한 청소년 남자대표팀 뿐 아니라 성인인 국군체육부대 선수들과 합숙훈련, 수차례 연습경기를 하며 힘과 체격이 좋은 유럽 선수들을 상대할 해법도 찾았다. ‘우생순’을 재현하겠다는 각오로 21일 선수단은 일본 도쿄에 입성했다.


‘다시 우생순’의 선봉장은 대표팀 주장을 맡은 류은희(31·교리)다. 2011년 SK 핸드볼리그 출범 이후 10년 동안 소속팀을 6차례나 우승시켜 핸드볼계에서 ‘여제(The Queen)’로 불린 류은희는 올림픽 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처음 참가했던 2012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4강이 그가 거둔 가장 좋은 성적표다.

어느덧 서른 초반에 접어든 류은희는 최근이 전성기다. 2019년부터 두 시즌 간 유럽 주요리그 중 하나인 프랑스(파리92)에서 활약했다. 2011년 오성옥(당시 오스트리아 히포방크) 이후 8년 만에 ‘유럽파’ 계보를 이어간 것. 프랑스 리그 데뷔 시즌에 이달의 선수(2020년 2월)에 선정되며 기량을 증명했다. 류은희의 큰 무대 경험은 대표팀에도 도움이 된다. 류은희는 “유럽 선수들은 몸싸움이 격렬해 심판들도 이에 관대하다. 휘슬이 불릴 때까지 머릿속에 그리던 플레이를 끝까지 하자”고 독려하고 있다.

2020~2021시즌을 앞두고 친정팀 부산시설공단에 복귀, 팀의 통합우승을 이끈 류은희는 올림픽이 끝나면 더 큰 무대로 향한다. 핸드볼 계에서 ‘세계최강’으로 꼽히는 헝가리 리그의 교리에서 활약한다. 교리는 2016~2017시즌부터 유럽핸드볼연맹(EHF) 챔피언스리그를 3연속 제패한 자타공인 최강팀이다. 2017년부터 류은희를 주시하며 몇 차례 영입제안을 해온 교리는 삼고초려 끝에 류은희 영입에 성공했다. 계약기간 2년, 주전 라이트백 자리도 보장했다. 류은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어려움이 따랐지만 도전을 늦출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명예회복을 다짐하는 대표팀에 대한핸드볼협회(회장 최태원)도 통큰 지원을 한다. 금메달 획득 시 ‘1인 1억 원’ 포상금을 약속하며 선수단 기를 살렸다. 선수 15명에 감독 및 코칭스태프를 포함하면 총액 22억 원 규모. 류은희는 “어깨가 무겁다”면서도 “핸드볼은 ‘내’가 아닌 ‘우리’가 잘 해야 하는 종목이다. 동료들과 한 몸이 돼 오랜 꿈인 올림픽 메달을 얻게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도쿄=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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