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스노보드 평행회전팀 코치 “월드컵 16강서 제자 만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5일 15시 06분


코멘트
‘격세지감(隔世之感)’ 국가대표 스노보드 평행회전 팀을 이끌고 있는 이상헌 코치(40)의 마음이 딱 그렇다.

스노보드 1세대인 이 코치는 2005년까지 선수와 코치를 같이 하는 ‘플레잉 코치(Playing Coach)’였다. 스노보드가 막 도입돼 제대로 된 지도자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10년 전 그는 30살에 은퇴를 결심했다. “어느 순간 월드컵 16강에서 제자와 같이 뛰게 되더라고요. 아무리 제자라도 제가 이기고 싶잖아요. 이건 아니다 싶었죠.”

지난해까지만 해도 해외 전지훈련 때면 이 코치는 혼자 북치고 장구 쳤다. 기문설치, 장비점검, 기술지도, 비디오 촬영까지 모두 그의 몫이었다. 선수들을 차에 태우고 꼬박 950km를 운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장비 관리와 훈련을 돕는 신명수 담당관과 손제헌 트레이너가 함께 하고 있다. 이 코치는 “기술 지도에만 집중할 수 있어 너무 좋다”며 활짝 웃었다.

스노보드 평행회전 대표팀은 14일(이하 한국시간) FIS(국제스키연맹) 유로파컵을 하루 앞두고 대회장소인 네덜란드의 랜드그라프 스노월드에서 마지막 담금질을 했다. 국가대표 선수만 10명이 넘고 스태프도 6~7명인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의 설상강국에 비해 대표팀의 환경은 열악하다.

하지만 이 코치는 대표팀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젠 월드컵 출전 자격이 주어지는 32인 엔트리에 못 들까봐 걱정하지는 않아요. 올림픽 메달을 생각하는 정도니까요.” 올 시즌 대표팀 선수들을 월드컵 16강안에 4~5번 정도 들게 하고,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때는 메달을 노린다는 것이 이 코치의 계획이다.

대표팀 이상호(20)는 올해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오스트리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2위에 오르며 희망을 키웠다. 최보군(24)은 올해 실력이 크게 향상됐고, 올해 대표팀에 다시 합류한 2003년 아시아경기 은메달리스트 지명곤(33)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여자대표 신다혜(27)와 정해림(19)은 올림픽 메달 경쟁에서 유럽 선수들에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16일까지 이어지는 FIS 유로파컵을 마치고 잠시 귀국하는 대표팀은 연말까지 미국, 오스트리아,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대회에 차례로 참가할 예정이다. “TV에서만 보던 선수, 영웅처럼 생각했던 선수와 같이 탈 때 한두 번이라도 내 기록이 더 빠르면 자신감이 생겨요. 진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면 절대 못 이기죠.” 새카맣게 타버린 이 코치의 얼굴에는 올림픽 첫 메달을 향한 열정이 넘쳐났다.

랜드그라프=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