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노 저주 푼 라미레스, 염소의 저주도 풀어다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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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컵스, 유망주 지도 맡겨

치렁치렁한 레게 파마머리를 휘날리며 늘어뜨린 바지 밑단으로 운동장을 쓸고 다니던 매니 라미레스(42·사진)를 기억하는지. 겉모습과 달리 야구는 기가 막히게 잘했다. 555개의 홈런을 때린 장타력과 통산 타율 0.312의 정교함을 함께 갖췄다.

그가 한순간에 추락한 것은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난 이후다. 2009년 금지약물 사용이 적발돼 50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고 2011년에는 100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당했다.

이후 마이너리그와 대만 야구를 전전하며 서서히 잊혀져 가던 그가 최근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현재 그는 시카고 컵스 산하 트리플A 아이오와에서 플레잉 코치로 뛰고 있다. 사고뭉치로 유명한 그를 데려온 사람은 테오 엡스타인 컵스 사장(41)이다. 매니-테오 조합은 보스턴 팬들에게는 영원히 기억될 이름이다. 보스턴은 1918년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에 판 이후 ‘밤비노의 저주’에 걸려 86년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2004년 밤비노의 저주를 깨뜨린 게 당시 단장이었던 엡스타인과 주포 라미레스였다. 그해 아메리칸리그 홈런왕(43개)에 올랐던 라미레스는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했다. 보스턴은 2007년 또 한 번 왕좌에 올랐다.

엡스타인도 개성이 강한 라미레스 때문에 마음고생을 좀 했다. “내 흰머리 대부분은 매니 때문”이라고 농담을 할 정도다. 인내에 한계를 느낀 엡스타인은 2009년 라미레스를 LA 다저스로 트레이드해 버렸다.

2011년 컵스 사장으로 취임한 엡스타인은 최근 ‘염소의 저주’를 풀기 위해 다시 라미레스를 데려왔다. 염소의 저주는 1945년 홈구장 리글리 필드에 염소를 끌고 온 팬을 출입 금지시킨 뒤 한 번도 월드시리즈에 가지 못한 걸 의미한다. 컵스는 올해도 35승 46패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엡스타인이 라미레스에게 기대하는 건 선수가 아니라 코치다. 유망주들과 함께 뛰면서 그들에게 타격의 눈을 틔워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라미레스는 오랜 공백에도 1일 오마하와의 경기에서 홈런 1개를 포함해 4타수 3안타를 치며 건재를 과시했다. 컵스에서 재회한 매니-테오가 이번에는 어떤 드라마를 합작할지 궁금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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