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니까 먼저” “아우니까 먼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7일 사실상 1, 2위 결정전 치르는 LG 문태종-모비스 문태영 형제

모비스 문태영(왼쪽)과 LG 문태종 형제가 7일 울산에서 소속팀의 정규 시즌 우승을 두고 맞대결을 벌인다. 1월 21일 양팀 경기에서 두 선수가 맞대결을 벌이고 있다. KBL 제공
모비스 문태영(왼쪽)과 LG 문태종 형제가 7일 울산에서 소속팀의 정규 시즌 우승을 두고 맞대결을 벌인다. 1월 21일 양팀 경기에서 두 선수가 맞대결을 벌이고 있다. KBL 제공
LG 문태종(39)과 모비스 문태영(36) 형제의 어머니 문성애 씨(58). 그는 경기 오산시에서 근무하던 주한미군과 결혼해 낳은 두 아들을 미국에서 농구선수로 키운 뒤 현역 시절의 마지막을 모국에서 장식했으면 하는 바람이 강했다. 그의 뜻에 따라 차례로 한국 땅을 밟은 두 아들이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향한 마지막 대결을 앞두고 있다. 그런 형제를 바라보는 어머니는 “벌써부터 감격스러워 목이 멘다”며 울먹거렸다.

1경기 차 선두인 모비스와 2위 LG는 7일 울산에서 맞붙는다. 모비스가 이기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는다. LG는 상대 전적에서 2승 3패로 뒤져 있는 모비스를 5점 차 이상으로 꺾어야 정상을 향한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 2009년 LG에 입단한 뒤 지난 시즌 모비스로 이적한 동생 문태영이나 2010년 전자랜드를 거쳐 올 시즌 LG로 옮긴 형 모두 정규리그 우승 경험은 없다. 이들 형제는 승리를 책임질 키플레이어로 꼽힌다.

지난해 4강 플레이오프에서 문태영은 당시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고 있던 문태종을 꺾었다. 우산 장수 아들과 짚신 장수 아들 우화의 등장인물이 된 어머니는 누굴 응원하기 힘든 처지지만 지난해 모비스에서 플레이오프 챔피언을 경험한 둘째보다는 첫째의 승리를 바라고 있다. “큰애가 우승했으면 좋겠어요. 나이도 있고. 태영이는 아직도 팔팔하게 뛰잖아요. 앞으로 기회도 있을 것이고…. 근데 그게 엄마 뜻대로 되나요.”

LG가 정규리그에서 우승한 적이 전혀 없었던 것도 어머니의 동정표를 사기에 충분하다. 어머니는 “형은 내성적이고 고분고분하다. 동생은 외향적이어서 가끔 심판에게도 대들 때가 있다”고 비교했다. 문태종은 2남 1녀를 뒀으며 문태영은 두 딸을 낳았다. 이들 형제 밑으로 또 미국에 아들이 있어 손주만 해도 7명인 어머니 문 씨는 국내에 머물 때는 장남 문태종과 함께 산다.

문태종은 “이번 금요일에는 이를 악물겠다. (태영이에게) 준비 철저히 해두라고 말하고 싶다”고 동생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문태영은 “정규리그 54경기 중 하나일 뿐이다. 경기 전에는 말로 답하지 않겠다. 코트에서 보여주겠다”고 응수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문태종은 농구를 알고 하는 좋은 선수다. 둘 다 지기 싫어하기에 수비에서 매치업이 되면 체력 소모가 많아진다. 태영이의 공격력이 떨어지면 안 되므로 태종이는 다른 선수가 막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진 LG 감독은 “형제지만 같이 붙었을 때는 승부욕이 대단했다. 태종이는 슈터 기질이 강하고 태영이는 파워 포워드 역할을 해낸다. 태영이의 일대일 플레이나 돌파에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울산으로 응원 갈 계획인 어머니 문 씨는 “둘이 심하게 몸싸움이라도 하면 애가 탄다. 누굴 야단칠 수도 없고…. 그저 안 다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프로농구#모비스#문태영#LG#문태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