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자동차 불량률이 50%이라면 그 회사가 살아 남겠습니까. 그런데 신약 개발 분야로 오니 환자 반응률이 50%면 너무 대단한 약인 거예요. 물론 너무 다른 분야지만 ‘약이라고 왜 안되나’ 싶더라고요. 초개인화 맞춤형 의약품이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10일 서울 금천구 로킷헬스케어 사무실에서 만난 유석환 로킷헬스케어 대표는 바이오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로킷헬스케어는 당뇨가 오래 지속돼 말초신경에 손상이 발생할 경우 몸에서 가장 말단 부분인 발 부위에 괴사가 일어나는 ‘당뇨병성말초신경병증(이하 당뇨발)’ 재생치료플랫폼을 개발한 회사다. 환자마다 서로 다른 괴사 부위에 꼭 맞는 재생 패치를 3D바이오프린팅으로 제작한다.
1980년 대우자동차에 입사해 20여 년을 ‘대우맨’으로 살았던 그에게 바이오 업계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하지만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측근으로 일하는 동안 몸에 익힌 ‘도전 정신’으로 2007년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휘하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이끌었다. 유 대표는 “셀트리온헬스케어에서 글로벌 공급계약을 진행하며 바이오 산업 생태계를 많이 배웠다”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의 로킷헬스케어를 창업하게 됐다”고 했다.
현재 북미, 중동, 유럽 지역 등의 46개국에 당뇨발 재생치료플랫폼을 수출한 로킷헬스케어는 올해 5월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내년이 로킷헬스케어 사업 확장의 ‘원년’이라는 그에게 로킷헬스케어의 사업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당뇨발 재생치료플랫폼이 초개인화 맞춤형 의약품인가?
그렇다. 우리가 개발한 패치에 대해 설명을 먼저 해야할 것 같다. 환자마다 서로 다른 괴사 부위에 꼭 맞는 재생 패치를 3D바이오프린팅을 통해 제작한다. 패치의 재료는 줄기세포를 자극해 망가진 조직을 재생시킬 수 있는 여러 신호 물질(단백질)로, 환자의 지방에서 추출한다. 환자의 자가세포를 활용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걷지 못할 정도로 당뇨발이 심각한 경우에는 환자의 조직 일부를 떼어내 괴사 부위를 채우는 재건술이 시행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조직과 발 조직의 혈관이 제대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가 개발한 플랫폼은 발 안쪽에서부터 재생을 시켜준다는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현재 46개국에서 약 7000명의 환자들이 우리 패치를 사용했고, 그중 약 90%는 재생이 됐다.
유석환 로킷헬스케어 대표. 로킷헬스케어 제공
수술실에서 바로 패치를 제작할 수 있나?
의료진이 괴사된 환자의 발 부위를 카메라로 찍으면 인공지능(AI)이 이를 분석해 99% 정확도로 부위의 면적, 부피 등을 계산한다. 그럼 3D 바이오프린터로 이에 맞는 양의 잉크가 투입돼 패치가 만들어진다. 이 모든 과정이 수십 분 내에 가능하다.
조직 재생을 하는 패치라면 다른 조직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 같다.
현재 연골, 신장, 심장 등까지 확대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연골은 곧 한국, 미국, 남미, 이집트 등 17개국에서 다국적 임상을 시작할 계획이다.(로킷헬스케어는 15일 공식적으로 연골 재생에 대한 다국적 임상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연골도 당뇨발과 유사하게 자가 세포 기반의 바이오잉크를 활용해 3D 바이오프린팅으로 환자의 연골에 딱 맞는 맞춤형 패치를 만들어 이식하는 방식이다. 내년 상반기(1~6월)에는 임상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신장 재생 패치는 올해 연말부터 한국 서울아산병원에서 3명의 환자에게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신장의 경우 임상이 성공하게 되면 의학적으로 큰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신장은 한 번 망가지면 되살리기가 어려운 대표적인 조직이다. 신장의 기능이 절반 정도로 떨어지면 투석이나 신장 이식을 해야 한다. 우리는 재생 패치를 신장에 붙여 신장의 기능을 되살리는 것이 목표다. 쥐, 돼지 등 동물 실험을 통해 효과를 확인했고, 한국 임상 시험 결과를 보고 ‘신의료기술 평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심장은 아직 연구 단계다. 미국 하버드대와 공동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나이가 들수록 심장 근육이 얇어지게 되고, 이는 많은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 된다. 심장 근육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패치를 붙여보려고 한다. 내년 상반기에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전임상을 시작해 하반기(7~12월)에 결과를 받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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