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는 해도 미소는 안돼”…우즈, ‘흑인 멍청이’ 발언 前캐디와 차가운 인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프레지던츠컵 첫날 최경주組, 우즈組에 대승

굴욕에 가까운 패배를 떠안은 뒤 악수를 하는 그의 얼굴은 차갑게 굳었다. 그래도 상대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마치 설욕을 다짐하는 듯했다. 타이거 우즈(미국)와 그의 전 캐디인 스티브 윌리엄스(뉴질랜드)였다. 12년 동안 호흡을 맞추며 동료애를 나눈 이들은 7월 결별 후 원수처럼 으르렁거렸다. 윌리엄스는 우즈를 향해 “흑인 멍청이”라며 인종차별 발언까지 했다.

17일 호주 멜버른의 로열멜버른골프장(파72)에서 열린 미국팀과 세계연합팀(유럽 제외)의 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 1라운드는 우즈와 윌리엄스의 재회 무대로 관심을 모았다. 헤어진 뒤 처음으로 같은 조에서 맞대결을 펼친 것이다. 우즈는 스티브 스트리커(미국)와 짝을 이뤘고 윌리엄스는 새 주인 애덤 스콧(호주)의 가방을 멨다. 스콧의 파트너는 ‘탱크’ 최경주(SK텔레콤)였다.

공 1개를 두 선수가 번갈아 치는 포섬 방식의 이날 6경기 가운데 이들은 가장 늦게 티오프했지만 2시간 30여 분 만에 맨 먼저 가방을 쌌다. 최경주와 스콧 조가 6홀을 남기고 7홀 차의 대승을 거뒀다. 12번홀(파4)에서 스콧이 두 번째 샷을 2.1m 거리에 바짝 붙인 뒤 최경주가 버디 퍼트를 넣으면서 승리를 확정지었다. 역대 이 대회에서 12번홀에서 승부가 갈린 것은 1996년 이후 두 번째이며 최악의 참패 타이기록이다.

씁쓸하게 그린을 떠난 우즈와 대조적으로 최경주와 스콧은 캐디 윌리엄스와 밝은 미소로 껴안으며 완승을 자축했다. 스콧은 “최경주와 내가 모두 좋은 샷을 날린 덕분”이라고 말했다. 윌리엄스 영입 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스콧은 최경주와 탄탄한 호흡을 보였다.

우즈와 스트리커는 미국팀이 내세운 필승 조였다. 2년 전 이 대회에서 4전 전승을 거뒀다. 그만큼 완패는 충격적이었다. 오랜 부진으로 자력으로 이 대회에 출전할 수 없었으나 미국팀 주장 프레드 커플스의 추천 케이스로 선발된 우즈의 경기력은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다. 스트리커도 목 통증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우즈-스트리커 조는 단단한 그린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으며 하나의 버디도 없이 한 홀도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첫날 결과에선 미국팀이 승점 4-2로 앞섰다. 최경주-스콧 조에게만 패했을 뿐 나머지 5경기에서 3승 2무를 기록했다. 양용은과 김경태는 헌터 메이헌-데이비드 톰스 조에 6홀 차로 무너졌다. 18일에는 2인 1조로 각자 공을 친 뒤 좋은 점수를 팀 성적으로 삼는 포볼 방식의 6경기가 열린다. 최경주는 제프 오길비(호주)와 같은 조로 빌 하스-닉 와트니 조와 겨룬다. 우즈는 더스틴 존슨과 한 팀을 이뤄 에런 배들리-제이슨 데이 조(호주)를 상대한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