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만큼 즐겁다 아하! 경마베팅] “두개 맞히는건 복승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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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8일 07시 00분


승식을 알면 베팅이 보인다.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주로를 달리는 경주마들. 과연 배 대리는 한 달 만에 경마의 고수가 될 수 있을까.
승식을 알면 베팅이 보인다.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주로를 달리는 경주마들. 과연 배 대리는 한 달 만에 경마의 고수가 될 수 있을까.
1. 승식의 종류

1·2위 순위 상관없이 2두 적중
쌍승은 1·2위 순서대로 맞혀야

단승식은 1위 1두만 맞히면 돼
연승식 등 국내 6가지 승식 있어


K기업 기획1부에 근무하는 서른다섯 배 대리는 요즘 고민이 생겼다. 여자친구와 연애한 지 2년. 노총각 신세를 면하려면 슬슬 결혼을 생각할 때가 됐다. 배 대리는 한 달 뒤 여자친구와 그의 아버지, 즉 예비 장인에게 인사를 드리러 가기로 약속했다. 여자친구의 말에 의하면 아버지는 상당히 깐깐한 성품이라 했다. 금지옥엽으로 키운 외동딸인지라 사윗감을 보는 눈이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 지금까지 아버지의 눈에 나 헤어져야 했던 남자만도 두 명이나 됐단다. 그런 예비 장인의 눈에 서른다섯 노총각에 평범하기 그지없는 외모를 지닌 배 대리가 찰떡처럼 들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세상에 죽으란 법은 없는 법. 배 대리의 귀에 예비 장인이 경마를 좋아한다는 정보가 입수됐다. 경마를 아는 사윗감이라면 분명 호감을 보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배 대리가 경마의 ‘경’자도 모른다는 비극적인 현실. 가뜩이나 부실한 머리털을 쥐어뜯으며 고민하던 그에게 동료 김 대리가 구원의 밧줄을 던져 주었다. “영업부 마 과장님한테 가 봐. 그 분 별명이 ‘광화문 마 도사’셔. 도움을 청해 보라고. 받아 줄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저녁 배 대리는 마 과장을 광화문의 중국음식점으로 초대했다. “여차저차해서 이래저래 하게 되었습니다. 부디 마 과장님께서 이 노총각 좀 살려 주십시오.”

● 단승식대부분 한 경주에는 12∼14마리가량의 말이 참가하게 된다. 이 중 1위로 들어오는 말을 적중시키는 방식이다. 가장 단순한 승식으로, 처음 경마를 접하는 초심자들이 한 번쯤은 도전해 보는 승식이기도 하다. 물론 의외의 말이 1위로 들어와 대박을 내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복승식‘복(複)’이라는 어휘가 들어가면 ‘아하, 적중의 대상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로구나’하고 알면 된다. 비슷한 ‘쌍(雙)’이 있지만, 이것은 잠시 뒤에 설명하기로 한다. 복승식은 1위와 2위를 맞추는 승식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순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1·2위로 들어오는 말을 순서에 상관없이 적중시키면 된다.● 쌍승식쌍승식은 복승식과 마찬가지로 1위와 2위를 적중시키는 승식이다. 다만 복승식과는 차이가 있다. 쌍승식은 1위와 2위를 순서대로 맞추어야 한다. 복승식에 비해 적중이 어려운 승식이다.
● 단승식
대부분 한 경주에는 12∼14마리가량의 말이 참가하게 된다. 이 중 1위로 들어오는 말을 적중시키는 방식이다. 가장 단순한 승식으로, 처음 경마를 접하는 초심자들이 한 번쯤은 도전해 보는 승식이기도 하다. 물론 의외의 말이 1위로 들어와 대박을 내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 복승식
‘복(複)’이라는 어휘가 들어가면 ‘아하, 적중의 대상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로구나’하고 알면 된다. 비슷한 ‘쌍(雙)’이 있지만, 이것은 잠시 뒤에 설명하기로 한다. 복승식은 1위와 2위를 맞추는 승식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순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1·2위로 들어오는 말을 순서에 상관없이 적중시키면 된다.

● 쌍승식
쌍승식은 복승식과 마찬가지로 1위와 2위를 적중시키는 승식이다. 다만 복승식과는 차이가 있다. 쌍승식은 1위와 2위를 순서대로 맞추어야 한다. 복승식에 비해 적중이 어려운 승식이다.

● 연승식연승식은 ‘복’이나 ‘쌍’이란 어휘가 없으므로 ‘하나만 맞추면 되는 승식’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적중이 비교적 쉬운 승식으로 1∼3위로 들어오는 말 중 한 마리만 맞추면 된다. 다만 경주에 따라 7두 이하의 적은 수가 참가할 경우에는 1∼3위 중 두 마리를 맞추어야 한다.● 복연승식‘복’이 들어갔으므로 ‘뭔가 두 마리를 적중시켜야 하는 모양이다’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연승식에서는 ‘1∼3위’를 따왔고, ‘복승식’에서는 ‘두 마리 적중’을 가져왔다. 즉, 복연승식은 ‘1∼3위로 들어오는 말 중 순서에 관계없이 두 마리를 적중시키는 승식’이다. 이해가 되시는지.● 삼복승식처음으로 ‘삼’이라는 어휘가 등장했다. 복승식은 복승식인데 ‘삼(3)’이라는 의미이다. 복승식이 ‘1·2위를 순서에 상관없이 적중시키는 승식’이었다면, 삼복승식은 ‘1∼3위를 순서에 상관없이 적중시키는 승식’이다. 물론 세 마리를 맞추어야 하므로 복승식보다 적중이 어렵다.
● 연승식
연승식은 ‘복’이나 ‘쌍’이란 어휘가 없으므로 ‘하나만 맞추면 되는 승식’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적중이 비교적 쉬운 승식으로 1∼3위로 들어오는 말 중 한 마리만 맞추면 된다. 다만 경주에 따라 7두 이하의 적은 수가 참가할 경우에는 1∼3위 중 두 마리를 맞추어야 한다.

● 복연승식
‘복’이 들어갔으므로 ‘뭔가 두 마리를 적중시켜야 하는 모양이다’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연승식에서는 ‘1∼3위’를 따왔고, ‘복승식’에서는 ‘두 마리 적중’을 가져왔다. 즉, 복연승식은 ‘1∼3위로 들어오는 말 중 순서에 관계없이 두 마리를 적중시키는 승식’이다. 이해가 되시는지.

● 삼복승식
처음으로 ‘삼’이라는 어휘가 등장했다. 복승식은 복승식인데 ‘삼(3)’이라는 의미이다. 복승식이 ‘1·2위를 순서에 상관없이 적중시키는 승식’이었다면, 삼복승식은 ‘1∼3위를 순서에 상관없이 적중시키는 승식’이다. 물론 세 마리를 맞추어야 하므로 복승식보다 적중이 어렵다.

배 대리가 마 과장의 술잔에 소주를 따르며 간절한 눈빛을 연신 보냈다.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배 대리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 과장은 긴 침묵을 끌며 소주만 마셨다. 그의 눈에 이미 마 과장은 신이었다. 무능 만년과장의 모습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후광이 번쩍이는 성인이 눈앞에서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술잔만 기울이던 마 과장이 드디어 입을 떼었다. “이번 주 일요일에 서울경마공원에서 만나세. 기간은 딱 한 달. 그 안에 경마의 기초를 잡아주지. 대신 …” 배 대리의 목젖이 꿀꺽하고 울렸다. “술은 자네가 사게. 이상 끝.”

드디어 대망의 일요일. 두 사람은 약속한 대로 서울경마공원 관람대인 해피빌에서 만났다. 경마장이 처음인 배 대리는 촌에서 갓 서울로 올라온 사람마냥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신기해하는 중이다.

점퍼 차림의 마 과장이 검정색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했다. “우리나라 경마장은 일제 강점기인 1928년 서울 신설동에 세워진 것이 시초일세. 이후 한국전쟁으로 중단됐다가 1954년 뚝섬 경마장이 신설되면서 재개됐지. 이곳 서울경마공원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위해 만들어졌는데, 1989년 9월1일에 첫 경주를 시행했다네. 지금은 부산경남과 제주도에도 경마공원이 있지.”

수첩을 꺼내 열심히 받아 적고 있는 배 대리를 넌지시 바라보더니 마 과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간단히 경마의 시스템부터 시작해 볼까. 우리나라 경마는 한국마사회에서 주최를 한다네. 한국마사회에 등록된 마주가 자신의 말을 조교사에게 위탁하고 조교사는 다시 기수, 마필관리사와 계약을 하는 거야. 마주가 투자사라면 조교사는 일종의 수익사업을 위한 1인 기업이라고 할 수 있겠군. 기수는 말을 타고 경주에 출전해 상금을 받게 되고, 이 상금을 마주, 조교사, 기수, 마필관리사 등이 나누어 갖게 되는 구조일세.”

“꽤 복잡하군요. 저는 그냥 아무나 말을 한 마리 사서 경주에 나가면 되는 줄 알았는데요.”

“경마가 무슨 동네 마라톤 대회인 줄 아나. 어쨌든 오늘은 베팅의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승식에 대해 가르쳐 주겠네. 승식을 알아야 베팅을 할 수가 있지.” “승식이요? 그냥 제일 먼저 들어오는 말만 맞추면 되는 것 아닙니까?”

배 대리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마 과장이 빙긋 웃었다. “그것도 맞는 얘기일세. 1등으로 들어오는 말을 적중시키는 승식을 ‘단승식’이라고 하지. 경마를 시행하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긴 한데, 우리나라는 총 여섯 가지의 승식을 시행하고 있다네. 오늘은 이것에 대해 공부하게 될 걸세.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니 정신 바짝 차리고 듣도록.”

마 과장의 말에 배 대리가 주머니에 꽂아 두었던 수첩을 다시 꺼내들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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