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 총성을 앞지른 죄!…볼트, 세계신 부담 느꼈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8월 29일 07시 00분


독주 예상속 어이없는 부정출발 실격
자메이카 신성 블레이크 9초92 우승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사상 최대의 이변이 발생했다.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번개’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부정출발에 발목을 잡혀 실격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터졌다. 볼트를 대신해 새로운 왕자로 떠오른 인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자메이카의 신성’ 요한 블레이크(23)였다.

블레이크는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2일째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92의 시즌 개인최고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미국의 월터 딕스(10초08), 2003년 파리 대회 우승자 킴 콜린스(세인트 키츠 앤드 네비스·10초09)가 뒤이어 2·3위로 골인했다. 세계대회치고는 저조한 결승 기록이다.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에서 우승한 영국의 앨런 웰스 이후 백인으로는 31년 만에 메이저대회 100m 결승에 오른 프랑스의 크리스토프 르매트르는 10초19로 4위에 그쳤다.

출발 총성이 울리기 직전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100m 세계기록(9초58) 보유자이자 대회 2연패에 도전한 5번 레인의 볼트에게 모아졌다. 그러나 주변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으로 작용했는지, 아니면 타이슨 게이(미국)와 아사파 파월(자메이카) 등의 부상 결장으로 마땅한 적수 없이 결승에 오른 데 따른 긴장감의 이완 때문인지 볼트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스타트 총성이 울리기 전 먼저 움직인 볼트는 자신의 실격을 감지한 듯 두 팔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볼트의 질주를 지켜보기 위해 스타디움을 찾은 관중도, TV 앞에 모여 앉은 팬들도 모두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 볼트 역시 유니폼 상의를 벗어 던지고 소리를 지르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안내요원의 신호에 따라 출발선 밖으로 나간 볼트는 경기장 벽을 양손으로 내리치고 통로 가림막에 머리를 기대는 등 극도로 흥분한 감정을 드러냈다.

볼트 없이 2번째 총성이 울리고, 블레이크는 중반부터 쭉 치고 나가 어렵지 않게 금메달을 따냈다. 종전 시즌 개인최고기록이 9초95였던 블레이크는 27일 1회전에서 10초12, 28일 준결승에서 9초95의 시즌 개인타이기록을 작성하며 상승세를 과시했다.

대구 | 전영희 기자 (트위터@setupman11)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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