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쫓아다니며 응원한지 이제 14년 됐어요. 고등학교 때는 계속 4번을 쳤고, 내외야 수비도 다 가능한데 아깝게 지명을 못 받았어요. 군산중학교 코치로 있는데, 한 번 더 도전해보고 싶다고 해서 또 이렇게 달려왔어요. 아들 응원 20년은 꼭 채우고 싶은데, 다른 멤버들이 다 쟁쟁하네.”
○고향에 생긴 프로팀 SK에서 뛰었던 진민수(26·내야수)는 마산동중∼용마고를 나왔다. 인하대를 졸업하고 SK에 입단했지만 부상 등의 이유로 유니폼을 벗었고 고향 창원에서 공익근무를 하던 중 엔씨소프트 창단 소식을 들었다.
“어제(27일)가 소집해제였어요. 우연의 일치치고는 행운이죠. 그동안 아무런 목표 없이 그냥 운동했어요. 그러다가 고향에 프로팀이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집중적으로 몸을 만들었어요. 2년 동안 야구를 못했어요. 얼마나 긴장되는지 몰라요. 배팅 하나는 자신 있어요. 고향 팀에서 꼭 뛰고 싶어요.”
54명의 사연을 책으로 만들면 10권도 부족할 것 같다. 재일교포로 일본 야쿠르트와 한화에서 뛰었던 강병수는 “한국야구와 한국말을 배우고 싶다. 아버지가 함께 오셨다. 고국에서 다시 뛰고 싶다”고 말했다. 2009년 KIA에서 유니폼을 벗고 병역을 마친 양락천은 “공익근무 마지막 3개월 동안 18kg을 빼고 오늘을 준비했다”며 웃었다.
○제2의 장종훈, 한용덕을 위해 엔씨소프트 다이노스 이태일 대표는 “신생구단으로 평생 프로야구가 꿈인 선수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무대를 만든다는 것에 큰 의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박동수 스카우트 팀장은 “대부분 수술과 부상, 병역으로 유니폼을 벗을 수밖에 없었던 선수들이다. 프로 1군에 근접한 잠재력을 갖춘 선수들도 있다. 많은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밝혔다.
같은 날 창원시의회는 우여곡절 끝에 그동안 표결이 무산됐던 ‘프로야구 제9구단 창단 관련 협약서 체결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신생팀이었던 빙그레의 연습생 신화 제2의 장종훈, 한용덕을 찾기 위한 첫 출발, 의회에서 전해진 희소식까지, 엔씨소프트 그리고 창원 야구팬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순간이었다.
창원 | 이경호 기자 (트위터 @rushlkh)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