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아경기]한국 야구대표팀 대만 꺾고 우승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0일 03시 00분


힘차게 달린 ML ‘추추 트레인’… 금메달에 병역혜택까지

대표팀 24명이 모두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유난히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다. 운동선수 치고는 그리 크지 않은 180cm, 95kg의 체격. 그러나 그라운드 위의 그는 거인이었다. 추신수(28), 이번 대회는 그를 위한 것이었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19일 광저우 아오티 야구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대만을 9-3으로 꺾고 우승했다.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구단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3할 타율-20홈런-20도루를 달성한 그에게 아시아는 좁아 보였다.

이승엽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뒤 별명 하나를 얻었다. 바로 ‘합법적 병역 브로커’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시작으로 국제 대회에서 결정적인 한 방으로 군 미필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을 선물했기 때문이다. 이번 아시아경기에서는 추신수가 그 역할을 했다. 질환으로 면제를 받은 이승엽과 달리 스스로 자신에게 준 선물이었다.

야구 대표팀 24명 가운데 군 미필자는 모두 11명. 추신수 외에 송은범(SK), 안지만(삼성), 임태훈 고창성(이상 두산), 양현종(KIA), 김명성(중앙대·이상 투수), 최정(SK), 조동찬(삼성), 강정호(넥센·이상 내야수), 김강민(외야수)이다. 그중 추신수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대만과의 예선 첫 경기에서 연타석 2점 홈런을 날리는 둥 결승까지 5경기에서 14타수 8안타(0.571) 3홈런 11타점 8득점을 기록했다.


2000년 부산고 졸업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추신수는 그동안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는 마이너리그에 있어 눈에 띄지 않았고 그해 12월 도하 아시아경기 때는 참가 의사를 밝혔지만 당시 대표팀 김재박 감독은 “그 정도 타자는 국내에도 많다”며 그를 제외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이라 출전하지 못했고 2009년 WBC에서는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었지만 2006년 4강 때와 달리 병역 혜택이 없어진 뒤였다.

추신수는 올 시즌을 마친 뒤 연봉 조정 신청 자격을 얻었다. 장기 계약이 가능하다. 현지 언론에서는 추신수가 3년 계약을 할 경우 약 2000만 달러(약 240억 원)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추신수는 대회 내내 “병역 혜택은 금메달에 따른 보너스”라고 말했다. 추신수는 그 말을 실천하듯 상대가 누구든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기분 좋게 보너스를 받았다.

광저우=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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