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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17일 0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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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쯤 어떤 강의에서 조깅이 스포츠로 불리게 된 게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때문이었다는 얘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근래 미국 대통령 중에 ‘한 스포츠’ 안 한 사람이 없었는데 지미 카터만 유일하게 ‘스포츠 맹’이었다고 한다. 그게 좀 창피스러웠던지 대통령은 조깅을 하게 되었고 ‘나도 할 줄 아는 스포츠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조깅하는 대통령사진을 언론에 돌리면서 조깅도 반쯤은 스포츠로 봐주기 시작했다는 얘기였다.
얼마 전 끝난 미국 대선에서 농구선수 출신 대통령이 나와 백악관 뒤뜰에 농구코트를 만들겠다고 하는 걸 보면 미국 대통령이 되려면 스포츠를 할 줄 알아야 된다는 공식 아닌 공식이 한번 더 입증된 것 같다. 또 선수 출신 미국 대통령이 뉴스가 되면서 다른 나라에도 스포츠 할 줄 아는 대통령이나 수상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도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옛날에는 문무를 겸비한 인물을 높이 쳐왔는데 언제부터인가 사회지도층에는 한쪽만 닦아 균형이 덜 잡힌 것 같은 사람들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 80년대만 해도 운동선수 출신 저명인사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눈을 닦고 봐도 찾기 힘들어졌다. 그리고 요즘은 거의 전 종목에 걸쳐 초등학교 운동부가 급감하고 있다. 출산율 떨어지는 비율과 비슷하게 줄어들면 별문제가 없는데 훨씬 아래로 감소되니까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건강 뿐만 아니라 어시스트를 하면서 남을 배려하는 자세를 배우고, 규칙을 어기면 퇴장 당한다는 준법정신도 가르치는 게 스포츠인데 왜 우리나라만 대접을 잘 받지 못할까? 밑에서부터 위로 쭉 따라가다 보면 몇 가지 원인이 보인다.
어릴 때 운동을 하게 되는 첫째 이유는 ‘재미’ 때문이다. 국내외 여러 조사에서 밝혀진 사실이지만 ‘따분한 공부’가 ‘공 차기나 공 던지기 놀이’ 보다 재미있다고 생각할 어린이는 극히 드물다. 전 세계 어린이들이 전부 재미로 운동을 시작하는데 시작까지만 우리 어린이나 외국 어린이들이나 같다. 우리나라 어린이는 초등학교 5학년만 되면 끝내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유는 ‘재미가 없어져서’ 혹은 재미있어서 계속하고 싶어도 ‘공부할 시간이 없어져서’일 수 있다. 한국 고등학생의 대학진학률이 83%라는 것만 봐도 후자가 이유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왜 우리 학교는 재미있게, 또 공부도 시키면서 운동을 시키지 못할까라는 학원스포츠의 문제로 귀착된다.
돈 많이 버는 프로선수 되기를 희망하는 학생이 많아서?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 소수에 불과하고 큰 돈을 못 벌면 짧은 선수생활 뒤 은퇴하면 보통학생보다 제대로 된 일자리 잡기가 어렵다.
체육특기로 대학 진학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 앞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4년이라는 시간만 허송한 것이 된다. 우리도 프로리그 출범 후 20여년간 운동선수의 인생행로를 쭉 지켜봐왔기 때문에 학교장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들이다. 선진국 학교에서 운동과 공부를 같이 하게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을 것이다. 학교운동부가 학업을 병행해야 한다는 말은 항상 있었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되기를 바란다. 주위를 둘러보면 선진국일수록 공부하는 선수와 운동하는 학생이 많다. 선수 출신 대통령도 그런 곳이라야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정희윤 스포츠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