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박찬호, 힘보다 테크닉… 투심-3색 변화구-포심

  • 입력 2005년 4월 26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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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특급’ 박찬호(32·텍사스 레인저스)는 풀타임 메이저리거 첫해인 1996년 콜로라도 쿠어스필드에서 시속 161km의 강속구를 전광판에 찍었다. 직구와 커브가 고작이었던 ‘공주 촌놈’ 박찬호가 빅리그에 입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 바로 이 빠른 공이었다. 그로부터 9년이 흐른 2005년. 박찬호는 결이 다른 투수로 변신해 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텍사스에서 지난 3년간 받은 온갖 수모를 뒤로하며 올 시즌 4경기에서 2승 1패. 그동안 박찬호 깎아내리기에 앞장섰던 ‘댈러스 모닝뉴스’는 25일 ‘박찬호가 다시 태어났다’며 높은 평가를 내렸다. 박찬호는 과연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 투심패스트볼

요즘 박찬호가 던지는 직구의 대부분이 이것이다. 검지와 중지를 실밥과 나란히 잡아 싱커와 흡사하다. 일반 직구인 포심패스트볼보다는 구속이 5∼6km 느리지만 거의 비슷한 속도로 오다 플레이트 앞 1.5m에서부터 약간 가라앉아 땅볼을 유도하기에 안성맞춤인 공이다.

실제로 박찬호는 올해 들어 뜬공 25개, 땅볼 32개를 유도해 땅볼 비율(땅볼을 뜬공으로 나눈 것)이 1.28에 이른다. 이는 전성기였던 1998년 1.48 이후 최고 성적. 박찬호의 투심은 테일링 패스트볼로 역회전 성향을 갖고 있다. 왼손타자에겐 몸쪽에서 스트라이크존으로 파고들고, 오른손타자에겐 바깥쪽 볼이 스트라이크로 둔갑한다.

‘제구력의 마술사’ 그레그 매덕스(시카고 컵스)는 예전에 “싱커를 던지는 박찬호가 투심을 제대로 컨트롤할 수만 있다면 메이저리그 최고가 될 것”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 커브

누가 뭐래도 박찬호의 대표 변화구는 커브다. LA 다저스 시절 박찬호는 노모 히데오(템파베이 데블레이스)의 포크볼을 연상시키는 폭포수 파워 커브를 구사했다. 중지로 바깥쪽 실밥을 잡고 엄지로 아래 가운데를 단단히 받친 다음에 손목 스냅을 이용해 던진다.

24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6-1로 앞선 6회 2사 1, 2루 풀카운트 위기 때 호르헤 포사다를 헛스윙 삼진으로 낚은 것이 바로 132km짜리 커브였다. 이 커브는 타자의 바깥쪽에서 안으로 휘어지는 횡적인 변화도 일으켜 백도어 커브로 불린다. 이와 함께 박찬호는 최저 119km의 슬로 커브도 애용한다.

○ 슬러브

슬라이더와 커브가 혼합된 구질. 커브처럼 떨어지지만 구속이 빠르고 좌우로 변한다. 그립은 슬라이더와 비슷하지만 검지와 중지가 붙지 않고 투심처럼 약간 벌어진 상태. 처음 이 공을 본 야구인들은 슬라이더라고 했지만 박찬호 본인이 아니라고 주장해 슬러브란 이름이 붙었다.

박찬호의 슬러브는 왼손타자의 몸쪽으로 휘어든다. 올해 그가 왼손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0.220(오른손타자 0.243)으로 강했던 비결이었다.

○ 체인지업

그립뿐 아니라 공을 약간 느슨하게 잡는 악력의 차이, 릴리스 포인트에서 팔의 스피드 감소 등 워낙 다양한 게 체인지업. 공통점이 있다면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구속의 변화다. 박찬호가 애용하는 서클체인지업은 공을 잡은 손의 모양이 OK 같다고 해서 OK볼이라고도 한다. 직구보다 구속이 10∼15km 정도 느리며 오른손타자의 몸쪽으로 휘는 변화구의 특성도 가진다.

○ 포심패스트볼

한때 박찬호의 최고 결정구였던 구질. 검지와 중지를 실밥과 직각으로 교차시켜 4개의 실밥을 모두 잡는다. 박찬호는 예전에 비해 위력이 줄긴 했지만 24일 양키스전에서 최고 시속 153km의 라이징 패스트볼을 선보였다.

체력부담이 큰 포심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근엔 마무리 투수의 전유물이 됐지만 박찬호가 투심과 3색 변화구에 이은 포심마저 가동함으로써 재기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됐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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