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특집]차범근-오카다 대담

  • 입력 1997년 12월 31일 18시 12분


오카다-차범근(右)감독
오카다-차범근(右)감독
◇ 참석자 차범근(한국축구대표팀 감독) 오카다 다케시(일본축구대표팀감독) 사회:이재권(동아일보 체육부차장)사콘주 데루카즈(아사히신문 운동부차장)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이 사이좋게 아시아대표로 프랑스본선에 출전하게 된 소감은…. ▼차범근감독 “그동안 한국은 연속진출한 반면 일본은 한번도 출전하지 못해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어렵긴 하겠지만 이제 두나라가 모두 출전하게 된 만큼 본선참가에 만족하지 않고 좋은 성적으로 예선을 통과해 아시아축구가 한단계 더 발전하는데 두나라가 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오카다감독 “월드컵 선배인 한국과 동반진출한 것이 기쁘다. 2002년 대회를 개최해야할 두나라가 모두 나가게 된 것이 의미가 크다. 본선에서 강팀들을 만나게 됐는데 어려움속에서 한국과 일본이 잘하면 아시아축구의 위상을 크게 높일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종예선에서 양국은 각각 원정경기에서 승리하면서 상승세를 타 본선진출을 이뤘다. 당시를 회상한다면…. ▼차감독 “최종예선의 전체 레이스에서 두차례의 한일전은 양국의 본선진출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양팀이 원정경기에서 이기면서 본선진출의 결정적인 기회를 잡은 것은 서로에게 잘 된 일이었다. 이제 두나라는 적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동반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오카다감독 “도쿄 한일전은 최종예선에서 무척 중요했다. 우리는 이 경기에서 먼저 골을 넣고는 한국을 이기는 것은 대단한 것이라는 들뜬 기분에 젖었다가 막판에 졌다. 이후 자신감을 잃고 부진이 계속됐다. 그러나 서울에서의 한일전에서 이김으로써 상승세를 탈 수 있었다. 이 경기에서 한국은 본선진출을 확정지은 상태였기 때문에 다소 여유가 있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경기에 진 한국 관중들의 우호적인 태도였다.” ▼차감독 “서울경기 당시 이미 우리가 월드컵본선진출을 확정했기 때문에 방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본선진출 확정후 팬들로부터 전화를 많이 받았다. 일본에 양보하라는 것과 절대로 지면 안된다는 양면이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우리 국민은 중동쪽보다는 일본이 월드컵본선에 나가기를 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양감독은 독일에서 선수생활을 하거나 코치수업을 받은 것이 지도자의 밑바탕이 된 것으로 아는데…. ▼차감독 “독일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할 당시 독일은 일류, 한국은 삼류축구였다. 먼저 이 벽을 허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독일에서 생활하면서 한국축구를 포함한 아시아축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그 방향을 어느 정도 알게 됐다. 독일생활은 유럽축구를 한국축구에 접목시키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오카다감독 “차감독은 독일에서 화려한 선수생활을 하고 코치수업도 했는데 단 1년동안 지도자 수업을 위해 독일에 갔던 나와는 비교가 안된다. 선수생활을 끝내고 실업팀 코치가 됐는데 당시 열악한 여건에 부닥치면서 이대로는 안된다는 막막함이 있었다. 이를 깨뜨리기 위해 독일로 갔다.” ―프랑스본선 조편성이 이뤄지고 이에 대비한 각팀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양국의 목표는…. ▼오카다감독 “32개팀중 일본은 분명히 하위권에 속한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앞선다는 상대가 경기에서 100% 실력발휘할 수 없는 상황도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면 이길 수 있다. 1승1무1패의 목표는 확실히 갖고 있다.” ▼차감독 “객관적인 실력평가에서 같은 조에 속한 세팀은 분명히 우리보다 우위에 있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우리가 남은 기간 어떻게 잘 준비해서 최상의 전력을 갖추느냐가 중요하고 상대를 얼마나 잘 알고 대비하느냐에 승부는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팀만이 약팀을 이기는 것이 아니고 약팀이 강팀을 이길 수 있는 것이 축구의 묘미라 생각한다. 한번 산을 넘으면 그다음부터는 보다 쉽게 넘을 수 있다고 본다. 네덜란드는 객관적으로 최강이니까 비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벨기에나 멕시코 중 한 팀을 이기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본선대비훈련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 ▼차감독 “현 세계축구의 흐름은 빠른 축구를 요구하기 때문에 적어도 체력적인 면에서 문제가 있으면 승산이 없다고 본다. 이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둘 생각이다. 대회개막 2개월전 합숙훈련시작을 요청해 놓고 있다. 그동안 부상선수가 많아 제대로 전력을 갖출 수 없었다. 대국적인 차원에서 선수들의 동계훈련을 소속팀이 아닌 대표팀에서 할수 있도록 팀에 양해를 구할 생각이다. 확정은 아니지만 1월중순 킹스컵대회에 나간 뒤 약 3주간 해외전지훈련을 할 계획이다. 호주 멕시코와 플레이스타일이 비슷한 팀들이 전지훈련을 오면 좋은데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으로 가 파트너를 찾을 생각이다. 이후 3주정도 프랑스적응훈련을 한 뒤 일주일전 현지로 들어갈 계획이다.” ▼오카다감독 “2월8일부터 20일까지 호주전지훈련을 할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호주에는 27∼30명 정도 참가한다. 합숙훈련후 23∼25명으로 줄여 3월초순 다이너스티컵에서 시험가동할 예정이다. 이후 선수들을 각 팀에 풀어주게 된다. 3월중순 J리그가 개막하기 때문이다. 5월19일에 J리그가 끝난뒤 유럽에서 합숙훈련을 하고 프랑스로 들어갈 계획이다.” ―최종예선을 치르면서 상대의 장단점을 봤다. 본선에서 목표달성을 하기 위해 서로 조언한다면…. ▼오카다감독 “최종예선에서 한국과 한 조에 속해 한국은 조1위를 하고 우리는 어렵게 본선에 나가게 됐는데 한국을 조언할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체력면에서 보나 기본능력에서 보나 월드컵본선에서 통하는 팀이라 보고 있다. 한국이 어려운 조에 속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여름 한국이 브라질과 경기하는 것을 봤는데 한국이 그 당시의 모습을 다시 보일수 있다면 목표는 달성할 것이라 믿는다. 꼭 한국이 예선돌파를 하고 우리도 한국을 따르고 싶다.” ▼차감독 “일본은 우선 새 감독이 소신있게 팀을 이끌고 전술적으로 변화해 월드컵본선에 출전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오카다감독은 야무지기 때문에 월드컵본선에 나가서도 잘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월드컵에서 성적을 내려면 좀더 다양한 포지션에서 골을 결정지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수비가 보다 강화돼야 강한 상대와 좋은 대결을 할 수 있다. 일본이 플레이 자체는 우리보다 잘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승부를 결정짓기 위해서는 마무리를 잘해야하는데 한일 두 팀이 이것이 모두 떨어진다. 골결정력을 높이고 맨투맨수비를 강화하면 목표달성을 반드시 이루리라고 믿는다.” -------------------------------- ◇ 차범근 감독 72년 고교3년때 국가대표선발. 78년 25세로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 89년까지 3백8경기 출장 98골 기록. 90년부터 한국프로축구 현대팀 감독 4년간 역임. 97년 1월 월드컵 대표팀 전임감독으로 선임돼 98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1위로 4회연속 본선진출 달성. ◇ 오카다 감독 일본 주니어팀과 유니버시아드 대표 역임. 80년 후루가와 덴코팀에 입단. 일본대표선수로 국제경기(A매치) 26경기 출장. 94년 12월 가모 슈감독 취임과 함께 대표팀 코치에 선임됐고 프랑스월드컵 최종예선도중인 97년 10월 감독교체에 따라 새감독으로 취임해 일본의 첫월드컵 본선진출을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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