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센터는 가족용 ‘힐링놀이터’
강북은 전통예술-뮤지컬이 중심
권역별 나눠 특화 프로그램 제공
올해 9월 서울 은평구 수색로에 문을 연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은평. 이곳을 포함한 5개 권역 센터에서 서울시민예술학교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 은평구 수색로에 문을 연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은평. 평일 낮 공연장 로비에는 유모차를 끌고 온 보호자와 연습을 마친 무용수, 동네 주민들이 섞여 오간다. 무대에서는 리허설이 진행되고, 한쪽 스튜디오에서는 시민 대상 무용 수업이 이어진다. 공연장과 교육 공간, 동네 문화시설의 경계가 느슨하게 맞닿아 있다.
이 같은 문화예술교육 공간이 서울 전역에 모두 5곳 들어섰다. 서울문화재단에 따르면 9월 서북권 은평센터가 문을 열면서 양천(서남권)·용산(도심권)·강북(동북권)·서초(동남권)·은평(서북권)까지 권역별 거점이 완성됐다.
이들 센터는 서울시민예술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간이다. 강의실 중심의 기존 예술교육 시설과 달리 시민이 일상적으로 드나들 수 있는 생활권 문화공간 성격이 강하다. 수강생이 아니어도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일부 센터에서는 전시와 공연, 체험 프로그램이 상시로 이어진다.
그동안 문화예술교육은 학교 수업이나 특정 문화시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시는 이런 구조에서 벗어나 시민이 거주지 인근에서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권역별 거점을 나눠 조성했다. 각 센터는 연령이나 직업을 특정하지 않고 생활 반경 안에서 자연스럽게 참여하도록 설계됐다. ‘배우는 예술’에서 ‘일상 속에서 만나는 예술’로 접근 방식을 바꿨다는 설명이다.
5개 센터가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특징이다. 지역별 인구 구성과 이용 패턴을 고려해 역할을 나눴다. 하나의 표준 모델을 만들기보다 권역별로 다른 방식의 예술교육을 시도하는 구조다.
서남권 양천센터는 어린이와 학생 비중이 높은 지역 특성을 반영해 가족 중심 예술교육에 초점을 맞췄다. 공간 설계 단계부터 유모차 동선을 고려했고, 놀이와 창작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구성했다. 상설 체험 공간 ‘모두의 아뜰리에’와 가족 참여형 프로그램 ‘예술힐링놀이터’는 결과물을 만드는 수업보다는 함께 머물고 참여하는 경험에 무게를 둔다.
도심권 용산센터는 직장인과 청년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이 반영됐다. 1층 ‘다정한 아트라운지’는 별도 신청 없이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고 전시에 머무는 시민들이 오간다. 문학 토크와 음악 감상, 드로잉 워크숍 등이 라운지에서 수시로 열리며, 분주한 도심 속에서 잠시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동북권 강북센터는 전통예술과 연극·뮤지컬이 중심이다. ‘서울어린이취타대’는 아이들이 장구와 피리를 배우는 데서 출발해 지역 축제와 행사 무대까지 활동 범위를 넓힌 사례다. 연습실 수업이 공연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서초센터는 클래식 음악에 특화돼 있다. 241석 규모 공연장과 연습실, 마스터클래스 공간이 한 건물에 모여 있다. 관람 중심 시설이 아니라 시민이 직접 연주하고 참여하는 공간으로 운영된다.
서북권 은평센터는 무용에 특화된 국내 최초의 공공 문화예술교육 공간이다. 공공시설 가운데 유일하게 무용 전용 블랙박스 공연장을 갖췄다. 256석 규모의 가변형 객석과 9m 높이의 천장을 활용해 전문 무용 공연부터 시민 참여 워크숍까지 운영한다. 발레와 현대무용, 전통무용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은 자신의 몸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방식을 배운다.
송형종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앞으로 5개 권역센터가 서로 연계돼 예술 장르를 아우르는 서울형 예술교육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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