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공학 꿈 접고 의사 될래요”…의대 증원에 대치동 ‘들썩’

  • 뉴스1
  • 입력 2025년 2월 10일 08시 31분


올해 N수생 24년만에 최다 ‘20만 명’ 넘을 듯…의대 증원도 한몫
정규반 개강 전부터 들썩이는 대치동 학원가…“재필삼선 아닙니까”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는 N수생(대입에 2번 이상 도전하는 수험생)이 20만 명 안팎에 이르며 2001학년도 이후 24년 만에 최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사진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2025.2.7/뉴스1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는 N수생(대입에 2번 이상 도전하는 수험생)이 20만 명 안팎에 이르며 2001학년도 이후 24년 만에 최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사진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2025.2.7/뉴스1
경기 용인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현 모 군(19)은 지난해 말 서울의 한 명문대 합격증을 받아 들었지만 입학을 포기했다. 경진대회에서 필기로봇 아이디어로 장려상을 받았을 만큼 로봇 공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의대 정원이 늘어날 것이란 뉴스를 보고 부모님과 상의해 재수를 결심했다고 한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지하철을 타고 서울의 재수학원으로 통학하는 현 군은 “매달 200만 원 지원해 주는 부모님을 봐서라도 반드시 의대에 합격할 것”이라고 다짐하며 다시 펜을 잡았다.

올해 수능에 응시할 N수생 수가 2001년 이후 가장 많은 20만 명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 입시업계에서 나오는 가운데 학원가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명문대에 합격했는데도 의대 증원 소식에 입학을 포기하고 일찌감치 재수학원에 등록한 학생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원가에선 주요 재수학원 정원의 85%가 자연계 학생인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학원 정원 85%가 자연계…의대 증원에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

7일 서울 강남구의 한 대형 재수학원은 정규반 개강 전인데도 재도전을 결심한 수험생으로 붐볐다. 소위 ‘선행반’으로 일찌감치 공부에 전념하려는 학생들이다. 점심시간에는 학원 식당에 빈자리가 없어 긴 줄이 이어졌고 곳곳에는 ‘주말 의대반’ 모집공고가 붙어있었다. 정규반 정원이 2000여 명에 달하는 대형 학원이다.

대부분 자연계로 의대 입성을 위해 재도전을 결심한 학생들이다. 서울의 한 유명 재수학원 관계자는 “우리뿐만 아니라 서울 소재 주요 재수학원 정원의 85%가 자연계 학생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이날 학원 1층 로비에 설치된 대형 TV에는 역대 수능 만점자들의 ‘의대 입성 성공기’ 인터뷰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수험생들은 “우리도 내년에 저기 출연하자”는 이야기를 나누며 의지를 다졌다.

이날 만난 학생 중에서는 이미 지난해에 명문대 합격증을 받아 든 이들도 눈에 띄었다. 양천구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유 모 양(19)은 “서울의 한 대학 공대에 붙었는데 안 갔다”며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 아니냐”며 “의대 정원도 늘어난다는데 한 번 더 도전할 만하다”고 말했다.

“정원 늘어나는 거 맞죠?” 문의도 빈발…“‘의대 정시파’ 800명 늘었다”

의대 증원과 관련한 학부모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의대 증원 논란이 이어지면서 “정원이 늘어나는 게 맞느냐”,“합격선은 어떻게 되는 거냐” 등의 문의가 많다고 한다. 학원 관계자는 “주말 의대반 성적순 전형은 일찌감치 마감됐다”고 했다.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정시 전형에서 400여 명 늘어날 전망인데, 정부와 의료계는 아직 논의 중이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앞에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2024.12.30/뉴스1
지난해 12월 30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앞에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2024.12.30/뉴스1
학원가에서도 올해 N수생 증가는 의대 증원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작년에 의대에 정시 원서를 낸 인원이 800명가량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며 “소위 말하는 ‘정시파’가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 정시 합격자 중 N수생은 6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수 이상 합격자는 330명으로 합격자 중 21%를 차지해 2016학년도 이후 최고치였다. 임 대표는 “의대 입시를 겨냥한 삼수생 이상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의대 정원 확대로 고득점 반수생과 상위권 의대생들의 재도전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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