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공간이 동네 힐링공간으로 재탄생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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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일상으로, 공간복지]
‘공간복지 대상’ 수상 지자체

■ 최우수상 서울 관악구 ‘관악도시농업공원’

도심 텃밭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임야에 1만5000㎡ 규모 조성
텃밭-양봉 등 프로그램 운영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관악도시농업공원 전경. 관악구는 방치된 임야에 친환경 복합 도시농업공원을 조성해 작물 재배, 양봉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관악구 제공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관악도시농업공원 전경. 관악구는 방치된 임야에 친환경 복합 도시농업공원을 조성해 작물 재배, 양봉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관악구 제공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조성된 관악도시농업공원은 ‘방치된 땅을 주민의 여가 공간으로’라는 목표를 내걸고 2019년 문을 열었다. 1만5000㎡(약 4500평) 규모의 친환경 복합 도시농업공원인데 텃밭은 물론이고 작물 재배, 양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문을 열기까지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고령화로 여가 활동 및 도시농업 수요는 늘었지만 이를 충족시킬 시설과 부지가 부족했다. 적당한 토지를 발견하더라도 높은 땅값이 부담이 됐다.

관악구는 문제 해결을 위해 ‘방치된 땅’을 찾아 나섰다. 그러다 무허가 건물이 난립하고 무단 경작이 이뤄져 민원이 끊이지 않던 신림동 임야를 발견했다. 관악구 관계자는 “사실상 버려진 공간이었다. 하지만 도심과 맞닿은 입지 여건을 잘 활용하면 도시농업공원으로 활용 가치가 높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관악구는 방치된 땅을 활용해 무단 경작지를 텃밭으로 조성했고, 임야에 심어진 아까시나무는 양봉 체험공간으로 만들었다. 도시농업공원을 조성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주민 소통’이었다. 주민 설명회를 수차례 열고 공원 조성 및 운영 관련 아이디어를 얻었다. 전체 공원의 10%가량을 텃밭으로 조성한 것도 주민 의견을 수용한 결과다. 잔디광장, 유아용 숲터, 허브장미원 등 모든 주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다.

2019년 817명이었던 프로그램 이용자 수는 지난해 1308명으로 약 1.6배가 됐다. 또 지난해 관악구가 11개 프로그램 참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97%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우리 가족은 텃밭정원사’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한 구민은 “도심에서 준비가 다 된 텃밭에 식물을 심기만 하면 돼 편하고 재밌었다”며 “(농업에 관한) 이론적 설명도 자세히 들을 수 있어 여러모로 알찼다”고 했다.

관악구의 관악도시농업공원은 최근 동아일보와 채널A가 공동 주최한 ‘2023 공간복지 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앞으로도 도시농업공원에서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주민 만족도를 더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 최우수상 전남 순천시 ‘저전동 도시재생 사업’

낙후된 주택가 활기 되찾아준 물품나눔터


주민 자치공간 ‘저전나눔터’
마을 정원-한옥호텔도 조성
전남 순천시 저전동에 위치한 저전나눔터 모습. 빈 상가 건물을 리모델링해 주민 소통과 나눔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순천시 제공
전남 순천시 저전동에 위치한 저전나눔터 모습. 빈 상가 건물을 리모델링해 주민 소통과 나눔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순천시 제공
전남 순천시 저전동은 과거 순천의 대표적 주택단지였다. 인근에 순천고, 순천여고, 순천여중, 순천남초 등이 자리 잡은 전남 동부권의 교육 중심지이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순천 외곽에 아파트 단지가 하나둘 생겨나면서 침체되기 시작했다. 저전동의 인구는 2000년 5127명에서 2020년 2706명으로 반 토막 났고, 고령화도 심각해졌다. 건물들도 노후화됐다.

하지만 2018년경부터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 저전동 주민들이 순천시와 함께 마을 환경 개선에 나섰다. 시와 주민들이 힘을 합친 끝에 빈 가게를 활용해 만든 주민자치 공간 ‘저전나눔터’가 2021년 문을 열었다.

저전나눔터는 185㎡(약 56평) 넓이의 1층 건물로 음악회, 전시회, 마을 축제, 꽃차 시음회, 천연비누 만들기 등 각종 행사가 열린다. 필요 없는 물건을 놓아두면 다른 주민들이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산타박스도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 협동조합인 비타민저전골의 오영래 이사장(70)은 “저전나눔터가 동네의 힐링 포인트가 됐다”고 했다.

저전나눔터는 지역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견학 오는 타 지역 주민들을 위해 염색·향초 만들기, 다육식물 가꾸기, 연사 초청 강연 등의 교육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24일에도 타지에서 20여 명이 방문해 공예품 만들기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저전동은 저전나눔터를 시작으로 공유 공간을 계속 만들고 있다. 순천남초의 빈 교실을 개조해 공유 주방 및 회의실로 변신시킨 비타민센터가 대표적이다. 청년 주거 공간인 셰어하우스 4곳, 청년 창업지원 공간 6곳, 마을 정원인 비타민정원 5곳 등도 조성했다.

더 많은 이들이 저전동을 찾아 머물 수 있도록 한옥호텔도 지었다. 순천시에 따르면 저전나눔터를 비롯해 비타민센터, 한옥호텔 등을 찾은 방문객이 지난해에만 4307명에 달했다. 저전동 관계자는 “청년 등 외부인들이 저전동을 찾고,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도록 다양한 공간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순천시는 이 같은 지역 재생 노력을 인정받아 ‘2023 공간복지 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저전나눔터를 비롯한 저전동의 도시재생 사업은 빈 상가 등 유휴 공간을 활용해 마을의 공유가치를 창출하고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우수상 대구 중구 ‘동인세대 공감마당’

청소년 꿈터와 어르신 쉼터가 한곳에
대구 중구 동인동 ‘동인세대 공감마당’. 모든 연령층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대구 중구 제공
대구 중구 동인동 ‘동인세대 공감마당’. 모든 연령층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대구 중구 제공
대구 중구의 커뮤니티 공간인 ‘동인세대 공감마당’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과 화합의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구는 2019년 도시 활력 증진 지역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17억4000만 원을 들여 방치된 빈집을 리모델링해 동인세대 공감마당을 만들었다.

1층에는 어르신 쉼터와 실내정원, 주민 배움터 등을 조성했다. 2층에는 어린이 공부방과 놀이방, 음악실을 배치했다. 건물 밖에는 주민 쉼터와 공유 텃밭 등이 있다. 운영은 주민들이 구성한 마을협동조합이 주도적으로 맡는다.

공감마당에서는 연중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데 그중 텃밭을 활용해 생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인느티촌’이 특히 인기다.

중구 관계자는 “청소년들에게 수학 영어 등 학과 과목은 물론이고 댄스 미술 등까지 가르치는 ‘희망찬 내일’ 프로그램도 참가자가 많다”고 했다. 이곳에서 열리는 ‘동인행복 마을축제’는 지역 대표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중구는 ‘동인세대 공감마당’을 통해 ‘2023 공간복지 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류규하 중구청장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주민과 함께 호흡하고 체감할 수 있는 공간들을 더 발굴하고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 우수상 서울 강남구 ‘생애주기별 공공 교육공간’

로봇부터 코딩까지… 교육 프로그램 운영
서울 강남구 강남미래교육센터에서 학생들이 화성 기지 도착 체험을 하고 있다. 강남구 제공
서울 강남구 강남미래교육센터에서 학생들이 화성 기지 도착 체험을 하고 있다. 강남구 제공
서울 강남구는 재건축 과정에서 기부채납 받은 시설과 기존 학교 시설 등을 활용해 생애주기별 맞춤형 공공 교육공간을 다수 조성했다.

이 중 강남미래교육센터는 ‘디에이치자이 개포’ 재건축 과정에서 기부채납된 시설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센터 ‘체험존’에선 학생들이 화성 탐험대원 역할을 맡아 기지 도착 과정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교육존’에선 로봇, 가상현실, 드론 등 다양한 4차 산업혁명 교육이 제공된다. 지난해 9월 개관했는데 벌써 1만2000여 명이 센터를 찾았다.

강남평생학습센터는 100세 시대를 맞아 지역 주민들에게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디에이치자이 개포 기부채납 시설을 활용해 조성된 일원점에선 미술 특화 교육이 이뤄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수서1단지와 맺은 20년 무상임대 협약을 기반으로 마련된 수서점에선 악기 연주, 합창 등 음악 중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수도공고 유휴공간을 활용한 개포점에선 제과제빵 자격증 준비반 등 요리 관련 평생학습 강좌가 운영된다.

구내 초중고교 13곳의 유휴공간을 활용한 ‘메이커스페이스’는 3차원(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팅기 등을 갖추고 지역 주민에게 코딩, 로봇, 드론, 인공지능(AI)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강남구는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2023 공간복지 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땅값이 비싼 도심에서 유휴공간을 활용해 공공 교육 시설을 조성하려 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방치된 공간#동네 힐링공간#공간복지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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