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사태 후폭풍]
작년 대선 ‘투표용지 반출’ 논란에 선관위장 상근 등 제시… 진척 없어
선거때면 휴직자 증가도 반복
국회도 개혁안 쏟아내지만 그때뿐… 법안 대부분 상임위 심사조차 없어
4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 앞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항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6.06.04 과천=뉴시스
6·3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일으킨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소쿠리 투표’ 논란이 발생한 2022년 대선 이후 수차례 ‘셀프 개혁’ 방안을 내놨지만 흐지부지되면서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역시 부실 선거 논란 등이 불거질 때마다 선관위 개혁 방안을 쏟아냈지만 법안 대부분이 상임위원회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되면서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매번 공염불에 그친 ‘셀프 개혁’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6·3 대선에서 투표용지 외부 반출 논란이 불거지자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특별위원회’(신뢰회복 특위)를 출범시켰다. 3개월 활동 후 특위는 △개방형 직위 확대 △중앙선관위원장 상근제 검토 △휴직 자제 등을 ‘신뢰 회복 방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방안이 실현되지 않아 특위 자체가 보여주기 식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개방형 직위 확대는 ‘중장기 계획’이라 아직 시행되지 않았고, 중앙선관위원장 상근제는 선거관리위원회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국회 논의에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대선 때 처음 도입한 공정선거참관단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하긴 했지만,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외부 인사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를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활동 기한이 열흘에 불과해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중앙선관위가 ‘소쿠리 투표’ 사태가 발생한 2022년 3·9 대선 직후 투표 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구성한 ‘선거관리혁신위원회’도 혼잡 사전투표소 지정 특별관리 등의 대책을 내놨으나 근본적인 혁신은 이뤄지지 않았다. 2023년 10월에는 독립적 감사위원회를 설치해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관행을 근절하겠다고 밝혔지만, 첫 회의가 2024년 1월에야 열리는 등 자정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선거철마다 휴직자가 늘어나는 상황도 반복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올해 4월 기준 휴직률은 5.8%로, 국가직 공무원(최근 5년간 5.7∼6.5%)보다는 낮은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2020년 106명이던 휴직자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둔 2021년 193명, 2022년 189명으로 급증한 뒤 전국 단위 선거가 없던 2023년엔 163명으로 줄어들었다. 2024년 총선 때는 170명 안팎이던 휴직자가 선거 후 7월이 되자 120명대로 떨어졌다. 이에 사전 예고 없이 휴직하면 복직 시 타 시도로 발령을 내는 제도를 지난해 시행했지만, 6·3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올 4월까지 휴직자는 176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 국회도 선관위 개혁 뒷전
국회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다. 여야는 선거 관련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선거관리위원회법 개정안을 줄줄이 발의했지만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관위에 외부위원 위주의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특별감사관(6개월 한시)을 도입하고 선관위 사무총장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여야는 모두 대법관이 비상임으로 맡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상근직화하는 법안도 각각 발의했다. 그러나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해 이 법안들을 소위원회에 회부한 뒤 단 한 차례도 심사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8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7일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서 합의를 하면 특검도 검토하겠다”며 “개헌을 통해 (선관위가) 견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까지 포함해 검토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선관위는 독립된 헌법기관이라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만큼 개헌 필요성까지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도 8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당론으로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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