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사태 후폭풍]
“민주주의 기본 투표권 제한 부당”
2040 시민 “재선거 외 정치구호 금지”
부정선거 주장 황교안 등 발언도… 부산서도 ‘투표용지 부족’ 규탄 집회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반발한 시민들이 7일 오후 4시 반경 개표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 모여 재선거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5일 오전부터 이곳에서 시작된 집회는 사흘째 이어졌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에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집회가 7일까지 사흘째 이어졌다. 집회 초반에는 일부 참석자가 개표소를 봉쇄하고 오가는 인원들을 자체적으로 검문하는 등 긴장된 상황도 벌어졌지만 주말 동안에는 별다른 충돌이 벌어지지 않았다.
핸드볼경기장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본투표일인 3일 오후 10시까지 투표가 진행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투표함의 개표소가 마련된 곳이다. 집회는 투표함이 경기장으로 이송된 5일 오전부터 시작됐다. 당시 참가자들은 개표소를 사실상 봉쇄하고 드나드는 사람들을 붙잡아 신원을 확인하거나 이동을 통제했다. 이 과정에서 JTBC 취재진이 봉쇄된 출입구 대신 창문을 통해 나오다 일부 참가자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6일에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자유와혁신 황교안 대표와 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 씨 등이 발언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주말을 맞아 20∼40대 시민들의 참여가 늘면서 집회 분위기도 바뀌었다. 공원 한편의 잔디밭에는 돗자리와 캠핑 의자를 펴고 가족 단위로 모인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곳곳에는 “‘재선거’ ‘참정권 침해’ ‘애국가’만 외치고 다른 의견은 잠시 멈춰 달라” 등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자신의 승용차를 의견 표명 수단으로 활용한 참가자도 있었다. 차량에는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다, 재선거하라’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차주 백승태 씨(24)는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마커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세 살배기 딸과 함께 온 김모 씨(37)는 “민주주의의 기본 수단인 투표권이 제한된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해 왔다”며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핸드볼경기장 일대에는 ‘Stop the steal’ ‘부실선거가 아닌 부정선거’ 등의 팻말을 들거나 성조기를 흔드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일부 참가자가 성조기 대신 태극기만 흔들자고 했지만 “성조기를 흔드는 것도 자유”라며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7일 오후 7시 기준 약 4만5000명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도 이날 오후 현장을 찾아 안전 상황 등을 점검했다. 부산에서도 이날 오후 시민 300여 명이 연제구 부산시선관위 앞에 모여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한편 5일 올림픽공원에 마련된 개표소를 항의 방문했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7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6·3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불법과 탈법은 한둘이 아니다”라며 “경찰 입회하에 철저하게 이송돼야 할 투표용지가 그 누구의 감시도 없이 쇼핑백, 지퍼백에 담겨 이송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디서 나눠 왔는지도 모르는 일련번호 없는 투표용지에 손으로 번호를 적어 넣었다”며 “이 또한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라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장 대표를 향해 “정치적 입지를 위한 정치 쇼를 그만두라”고 비판했다. 김기표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들의 여망인 온전한 참정권 회복의 목소리를 자신의 개인적인 정치적 위기 극복을 위한 용도로 소비하고 있는 것”이라며 “제1야당의 대표로서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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