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니 찝찝, 안가자니 불효…“부모님, 미리 뵙고왔다”

뉴시스 입력 2021-09-19 14:11수정 2021-09-19 14:11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68)씨는 지난 12일 친정을 방문했다. 방역지침에 따라 5남매인 가족이 한꺼번에 모일 수 없어 이씨 가족만 미리 귀향한 것이다. 남매 중 맏이인 이씨는 “다른 동생들을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부모님이 반가워하시는 걸 보니 잘했다 싶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지속되면서 명절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19일 뉴시스 취재 결과 이미 명절맞이 가족 모임을 마친 이들이 많았다. 방역 수칙 상 3대 이상 온 가족이 모이기 어려워진 상황에, 일부 친지라도 얼굴을 보며 정을 나누고자 1~2주 전 소규모로 만남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씨네 5남매는 2대 부부가 최소로 모인다고 해도 부모님을 포함해 12명이다. 여기에 각자의 자녀, 손주들까지 합류하면 20명을 훌쩍 넘긴다. 백신 접종 완료자를 포함해 8명까지 만날 수 있는 추석 기간의 방역지침 상 전 가족 모임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씨는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엔 최대한 조심하자는 긴장감으로 이동 자체를 삼갔지만 자식들의 빈자리에 쓸쓸해 할 고령의 부모님이 마음에 걸렸다”고 말했다. 이에 날을 잡아 모친과 부친이 좋아하는 주전부리를 사들고 고향 집을 찾은 것이다.

주요기사
직장인 김모(26)씨도 지난 11일 조부모님댁이 있는 군산을 찾아 식사를 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8남매로 역시 모두 모일 수 없는 인원이다. 이들 가족은 지난해 추석부터 몇몇 식구들끼리 시간을 맞춰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다. 5남매는 이번 추석 이전, 나머지 3남매는 추석 이후로 각각 모인다.

명절 연휴가 아닌 날에 만남이 이뤄지는 것에 대한 반응은 갈린다. 본래 주어진 연휴만큼 가족을 길게 만날 수 없어 아쉽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개인적으로 쉬는 시간이 늘어나 좋다는 쪽도 있다.

9월 초 일찌감치 친척들과 시간을 보낸 취업준비생 유모(26)씨는 “마음 놓고 가족들 얼굴 볼 수 있는 게 명절인데 잠깐 스치듯 본 것 같다”며 “고향이 멀어 자주 갈 수가 없어 더 아쉽다”고 말했다.

이씨의 부친(88)은 “사람들이 북적거려야 명절 분위기가 나는데 인원을 쪼개서 만나니까 그렇지가 않다”며 “빨리 코로나가 끝나서 손주들까지 전체가 다 모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차례에 일부 식구가 빠지는 것도 “전에 없던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반면 직장인 조모(32)씨는 “사촌 형제 등 친척과 친하지 않은 편이라 얼굴은 잠깐만 봐도 충분하다”며 “남은 휴일엔 집에서 부모님과 쉬다가 친구들을 만나는 정도로 보낼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명절 만남 및 의식이 간소화되는 추세가 코로나19 이후 두드러졌다고 보고있다. 이런 문화가 코로나19 이후가 끝난 뒤에도 남을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람들의 태도와 행동 패턴은 끊임없이 바뀌기 마련”이라며 “코로나19가 끝나면 그 전으로 회귀하려는 경향은 있겠지만 지금의 (문화) 패턴 중 합리적인 측면은 그대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