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 편히 가족모임” 환영… 직장회식 부활엔 “기대” “부담” 세대차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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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시민들 반응
미뤘던 모임 참석인원 확인 부산
“스포츠 직접관람 설렌다”에 퇴근후 헬스클럽 운동 기대도
“거리두기 완화로 방역 구멍우려, 고교생 딸 둬… 걱정 태산” 한숨도

해이해진 ‘거리 두기’… “방역수칙은 지켜주세요” 20일 방역수칙 위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식당을 둘러보고 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 개편안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는 다음 달 1일부터 6명까지, 15일부터는 8명까지 사적 모임이 가능하다. 뉴스1
해이해진 ‘거리 두기’… “방역수칙은 지켜주세요” 20일 방역수칙 위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식당을 둘러보고 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 개편안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는 다음 달 1일부터 6명까지, 15일부터는 8명까지 사적 모임이 가능하다. 뉴스1
“원래 이번 달 ‘전역 10주년 모임’을 하려 했는데 열흘 정도 기다렸다가 다음 달 하기로 했어요. 안 그래도 입대 동기가 많아 ‘5인 이상 집합금지’에 걸려 고민이었거든요. 며칠만 참으면 맘 편하게 볼 수 있다니 다들 신났습니다.”

2011년 6월 장교로 전역한 A 씨(37)는 20일 일요일인데도 카톡이 난리가 났다고 한다. 2008년 함께 입대했던 동기 7명의 단체 대화방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바뀌었대” “미뤘던 모임을 7월에 하자” 등 속속 글이 올라왔다. 차일피일 미뤘던 모임이었는데 부랴부랴 참석 가능 인원을 확인하느라 오후 내내 부산했다.

A 씨는 “몇몇은 백신을 맞아서 가족이 함께 모여 1박 2일 여행을 가도 되겠다는 얘기까지 나왔다”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모임다운 모임을 해본 적이 없다 보니 다들 흥분해 있다”며 웃었다.

○ “일상 회복 기대” vs “방역 구멍 우려”
정부가 20일 다음 달부터 적용하는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 안을 발표하자 시민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단계적으로 5인 이상 모임이 가능해지고, 음식점이나 헬스클럽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 시간도 늘어나 반가워하는 반응이 상당수였다. 하지만 이제야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 코로나19가 느슨해지는 방역 탓에 다시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로 1년 이상 힘겨운 시간을 겪은 터라 정부 발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시민들이 확실히 많았다. 대학원생 김찬교 씨(24)는 “평소 연구실에서 나와 집에 가면 오후 9시가 넘는다. 10시면 문을 닫는 헬스클럽에 가기가 힘들었다. 이젠 24시간 운영한다니 맘 편하게 갈 수 있다”며 기뻐했다.

스포츠 경기장 입장 인원이 대폭 늘어나 ‘직관’에 목말랐던 팬들도 신났다. 프로축구 전북 팬인 정모 씨(23)는 “코로나19로 입장 인원이 제한돼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며 “비수도권은 실외 좌석의 70%까지 가능해진다고 들었다. 친구나 가족과 단체 관람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벌써부터 들뜨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일부 시민은 방역수칙이 완화되면 다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날까 봐 우려했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주부 B 씨(46)는 “거리 두기 단계가 낮춰지면 사람들이 외부 활동을 더 많이 할 텐데 방역에 구멍이 생길 수도 있어 걱정”이라며 “고교 2학년인 딸을 포함해 아직 가족 중에 아무도 백신을 맞지 못해 더 심란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직장인 회식 문화 살아날까
정부 안이 발표되자 직장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회식’에 쏠렸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회식에 대한 기대와 부담이 팽팽하게 맞섰다.

수도권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한모 과장(40)은 다음 달부터 팀원 6명이 다 함께 모일 수 있어 조만간 회식을 잡을 계획이다. 한 과장은 “그간 팀원 상담 등 한두 명씩 모임을 갖다 보니 주머니 사정엔 오히려 더 부담이 됐다”며 “차라리 한 방에 해결하는 게 편하다”고 전했다. 반면 대기업 사원 C 씨(28)는 “젊은 세대는 상사들과의 술자리를 부담스러워하는 ‘회식 알레르기’가 있다. 코로나19가 끝나도 회식 없이 자기계발에 집중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아무래도 방역수칙 완화에 반색하는 입장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음식점을 하는 공해영 씨(44)는 “막상 제한이 풀린다고 하니 믿기지 않는다. 어쨌든 지금보다야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며 “직장인 회식이 늘어나야 매출도 조금은 회복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정부 안이 기대 이하라는 반응도 있었다. 서울 종로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안모 씨(62)는 “술집은 아무래도 식사를 마친 뒤에 오는 고객들이 많은데, 영업시간이 밤 12시까지면 좀 애매하다”며 “최소 오전 1시까지는 풀어줘야 자영업자들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윤태 oldsport@donga.com·이기욱·오승준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시민들 반응#가족모임#방역 구멍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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