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반 여학생 얼굴에 나체사진 합성…“성범죄로 인식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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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5월 26일 11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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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13)은 반에서 좋아하는 여학생이 자신을 거부하자 여학생의 얼굴에 나체사진을 합성해 단체 채팅방에 유포했다.

온라인에서 흔한 ‘사진합성’을 장난삼아 따라해봤다가 가해자가 된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 가해 청소년 10명 중 9명은 디지털 성범죄를 심각한 범죄로 생각하지 못하고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의 재발방지를 위해 전국 최초로 가해자 재발방지 상담과 교육을 지원하며 상담사례를 분석해 26일 발표했다.

학교에 재학 중인 아동·청소년 중 디지털 성범죄로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서 징계명령을 받거나 교사, 학부모 등을 통해 의뢰된 청소년을 대상으로 전문 상담원이 1명당 10회 이상 상담을 진행했다.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진행된 상담 청소년들은 총 91명이다. 이중 중학생(14~16세)이 63%에 이르렀다.

중복 답변으로 확인한 성범죄 가해 동기는 Δ큰일이라고 생각 못함 21% Δ재미난 장난 19% Δ호기심 19% Δ충동적으로 16% Δ남들도 하니까 따라해보고 싶어서 10% Δ합의된 것이라고 생각 4% 순이었다.

아동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분석(서울시 제공).© 뉴스1
아동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분석(서울시 제공).© 뉴스1
가해 행위 유형별로는 불법촬영물 게시, 공유 등 ‘통신매체 이용’이 43%로 가장 많았고 불법촬영 등 카메라 등 이용촬영(19%), 불법촬영물 소지(11%), 허위 영상물 배포(6%) 등 순이었다.

상담 사례를 보면 박군(15)은 초등학교 때 SNS에서 우연히 화장실 불법 촬영물을 보게 됐고, 중학생이 되면서 직접 불법 촬영을 시도하게 됐다. 학원 화장실, 버스 등에서 여학생을 대상으로 불법촬영을 지속하다 적발돼 상담에 의뢰됐는데 이제는 스스로 통제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사진 합성’을 의뢰했다가 피해자가 된 경우도 있다. 강군(17)은 SNS에서 ‘사진 합성’ 광고를 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걸그룹 사진을 포르노와 합성해달라고 요청했다. 업체는 오히려 의뢰한 강군을 상대로 굴욕적인 동영상을 찍게 하고는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갈취했다.

청소년들이 쉽게 ‘디지털 성범죄’와 연결되고, 가해자가 피해자로 전환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 디지털 성범죄 피해구제 지원서비스인 ‘찾아가는 지지동반자’의 피해 지원 실적을 보면 아동·청소년 비율은 19%(31명)으로 온라인 그루밍 피해는 22%(423건)에 이르렀다.

피해 사례 대부분이 게임, 단체 채팅방 등에서 만난 또래의 아동·청소년이 가해자와 피해자가 됐다.

서울시는 안전한 인터넷 환경을 만들기 위한 ‘디지털 성범죄 시민 감시단’ 1000명을 모집한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주로 사용하는 포털, SNS에서 불법촬영물이 발견되었을 때 이를 해당 기업에 신고하고, 삭제가 얼마 만에 이뤄지는지, 신고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를 점검하게 된다.

만 19세 이상의 서울시민이라면 참여 가능하고, 모집은 27일부터 7월5일까지 서울시 홈페이지 등에서 신청하면 된다.

서울시는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를 종합 대응하기 위해 내년도 ‘서울시 디지털 성범죄 통합대응센터’ 설치도 추진 중이다.

통합대응센터는 현재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사업들을 통합적으로 추진해 디지털 성범죄 예방부터 피해자 지원까지 전방위로 지원할 계획이다.

김기현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 직무대리는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인터넷 이용 시간이 늘어난 아동·청소년의 피해, 가해가 증가하는 만큼, 서울시는 예방에서부터 피해자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원까지 통합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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