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가 송금한 1억…“돌려달라” 패소, 왜?

뉴시스 입력 2021-01-16 20:20수정 2021-01-1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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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80대 아버지 사망 후 1억여원 증발 발견해
2년간 돌봄서비스 하던 사회복지사 동생 계좌에
유족 "횡령 또는 절취한 것"…法 "관련 증거 없어"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유품을 정리하던 A씨. 아버지의 계좌를 확인한 순간 아찔함을 느꼈다. 치매를 앓다 사망한 아버지를 위해 생전 만들어줬던 통장에서 1억원이 넘는 돈이 어딘가로 인출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A씨는 아버지가 사망하기 수년 전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위해 자신 명의의 통장을 만들어 도장과 함께 아버지에게 준 적이 있었다.

A씨 아버지는 그 통장에 자신의 돈을 넣어 자유롭게 썼는데, 그 중 행방을 알 수 없는 2건의 인출이 있었다. 1건은 250만원, 또 다른 1건은 무려 1억4000여만원이었다. 1억4000여만원이 모르는 사람의 통장으로 입금된 시기는 아버지 사망 5일 전이었다.

A씨가 추적해보니 1억4000여만원이 입금된 통장 주인은 A씨의 아버지를 2년간 돌본 사회복지사 B씨의 친동생이었다. B씨가 A씨 아버지의 통장에서 돈 1억4000여만원을 인출해 자신의 동생 통장에 넣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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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아버지는 2017년 5월 ‘만기발병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를 진단 받았다.

아버지는 2018년 11월 입원해있던 간호사에게 난폭한 행동을 해 강제로 퇴원 당하기도 할 정도로 상태가 나빴다. 게다가 같은 달 흉추 골절 수술을 받기도 했다.

아버지는 수술 한달 뒤 또 다른 흉추 이상이 있다는 말을 듣고는 추가 수술을 거부하고 “그냥 죽겠다, 귀가시켜 달라”고 고함을 치기도 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사회복지사인 B씨는 2017년 중반께부터 A씨 아버지 돌봄서비스를 담당했다.

A씨는 B씨가 82세 고령에 치매 등으로 인지능력이 떨어진 아버지의 돈을 횡령 또는 절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자신에게 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B씨가 A씨 아버지의 돈을 횡령이나 절취했다고 볼 증거가 없기 때문에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 것이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3일 울산지법 민사11단독 김명한 부장판사는 A씨가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기각 판결을 내렸다.

김 부장판사는 “A씨가 제출한 증거들로는 B씨가 이 사건 1억4000여만원을 횡령, 절취 또는 편취했다는 주장이 사실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A씨 아버지가 의사능력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었겠다는 점을 추정할 수는 있겠으나, 이런 사실만으로는 B씨가 돈을 횡령이나 편취했다는 사실을 추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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