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에 이양할 게 따로 있지”…학생안전 매뉴얼도 넘긴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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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0월 18일 0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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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아동학대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만든 ‘미취학·무단결석 학생 관리 매뉴얼’을 시·도 교육청에 이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교육 자치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는 하지만 학생안전 관련 권한을 넘긴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교육자치정책협의회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교육부는 지방교육 자치와 지방분권 강화를 위해 131개 과제를 시·도 교육청에 이양할 권한배분 과제로 선정했다.

2017년 12월 1차로 75개를 선정한 데 이어 2018년 12월 36개 과제, 2019넌 8월 20개 과제를 선정했다. 교육부 업무 중에서 불필요하게 학교현장의 자율적인 교육활동을 제약하는 업무를 정비한다는 취지다. 지난 6월 현재 131개 권한배분 과제 중 117개 과제(89%)를 완료했다.

해당 업무를 시·도 교육청에 이양하게 되면 교육부에는 권한이 없어진다. 교육부는 해당 지침이나 사업을 폐지하고 지침·사업의 실시 여부는 시·도 교육청이 결정하게 된다. 교육자치정책협의회는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교육 분야 지방분권과 교육자치를 추진하기 위해 2017년 설치한 협의체 기구다.

문제는 교육부가 시·도 교육청에 이양한 과제 중에는 ‘의무교육 단계 취학 이행 및 독려를 위한 지침’과 ‘의무교육단계 무단결석 학생 등 관리 기준 표준(안)’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매뉴얼에 해당하는 표준(안)에는 ‘아동학대 피해 의심 학생 및 무단결석학생 발생 시 대응 방안’도 들어 있다.

2016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고(故) 신원영군이 부모 학대로 숨진 ‘원영이 사건’이 계기가 된 것들이다. 의무교육인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입학하지 않거나 무단결석하면 학교에서 유선전화로 아동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해야 한다. 3일 이상 지속되면 가정 방문, 보호자·학생 내교를 통해 확인한다. 그래도 확인되지 않거나 아동학대 징후가 의심되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

교육부는 이후 해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할 아동이 예비소집에 불참하면 경찰과 협조해 소재와 안전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권한 이양으로 교육부에 권한과 매뉴얼이 있어서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부가 협조 요청을 하면 시·도 교육청이 이에 응하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인천 초등학생 형제 화재 사건’ 등 최근 아동학대가 다시 사회적 논란이 되자 교육부는 아동학대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현장에 배포할 계획이다. 매뉴얼에는 사안 발생 시 절차와 방법뿐 아니라 미취학·장기결석 학생 관리도 담길 예정이다. 미취학·무단결석 대응 지침과 매뉴얼을 시·도 교육청에 이양해 놓고 다시 만드는 모양새가 돼 버렸다.

이양 과제 중에는 수학여행 안전 매뉴얼도 들어 있다. ‘수학여행 수련활동 등 현장체험학습 운영 매뉴얼’이 그것이다. ‘세월호 참사’ 직후 수학여행을 잠정 중단했다가 안전대책을 강화해 2014년 7월 재개하면서 만든 매뉴얼이다. 시·도 교육청에 권한을 이양하면서 전국적 통일성 떨어지게 되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교육부가 개입하는 것도 애매해질 수 있다.

심 의원은 “교육자치와 지방분권을 위해 지방 이양은 필요하다”면서도 “가려가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지방 이양할 것이 따로 있지 중앙정부도 챙겨야 하는 안전 관련 매뉴얼을 이양하는 것은 다소 과할 수 있다”며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은 그 범위와 내용에 대해 점검해보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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