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실린 작품인데…수도권매립지에선 쓰레기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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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0월 7일 16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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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 삼족오(왼쪽)가 매립지공사에서 방치돼 원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독자 제공)© 뉴스1
업사이클 삼족오(왼쪽)가 매립지공사에서 방치돼 원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독자 제공)© 뉴스1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조형작품들이 수도권매립지에서 쓰레기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박물관을 지어 주기로 하고 경기 양평군에 있던 작품들을 이전했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서다.

7일 매립지공사에 따르면 매립지공사는 2013년 경기 양평군 소재 환경조형박물관과 협약을 맺고 매립지공사 내 에너지파크로 조형물 75점을 이전했다.

각종 재활용 소재로 만든 조형물 중에는 폐타이어와 페트병으로 만든 ‘새천년의 문’과 폐자전거를 소재로 활용한 ‘업사이클 삼족오’ 등 중·고교 교과서에 실릴 만큼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도 많았다. 특히 새천년의 문은 1999년 개최된 하남 국제환경박람회에서 박람회장 관문으로 장식되기도 했다.

협약은 매립지공사가 조형물을 기증받은 후 조형물에 대한 관리·운영을 조형박물관에 위탁하는 조건이었다. 매립지공사는 또 매립지 내에 박물관 건립도 약속했다.

매립지공사가 이같은 협약을 체결한 것은 혐오시설로 각인돼 있는 매립지를 세계적인 환경문화체험 메카로 조성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2014인천아시안게임 중 골프, 승마 등의 경기를 매립지 경기장에서 치를 때 조형물을 앞세워 목적을 이룰 심산이었다.

실제로 아시안게임 땐 220만명의 관람객이 매립지를 찾아 톡톡한 재미를 봤다.

상황은 아시안게임이 끝난 후 돌변했다. 매립지공사가 약속한 박물관 건립은 시작조차 못했고 조형물들은 그대로 방치돼 흉물이 된 것이다.

몸을 부딪히면 힘의 강도를 알 수 있도록 제작된 ‘내 몸의 파도’라는 작품은 페인트가 다 벗겨져 형체만 남았다. 페달을 밟아 페트병을 쏘아 올리는 ‘로켓파크’는 하얀 철기둥에 녹이 잔뜩 슬었다. 또 다른 작품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랐고 일부 작품은 구석에 처박혀 있기도 했다.

이처럼 작품들이 쓰레기 취급을 받는 데에는 관리·운영비에 대한 해석이 다른 탓이다. 매립지공사는 초기 관리·운영비 지급 이후 지급할 책임이 없다는 반면 조형물박물관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소송까지 벌이고 있다.

작품의 대다수를 기증한 이환 작가는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이 작가는 “30년간 환경작가로 활동하면서 공들인 작품인데, 쓰레기 취급당하는데 대해 억장이 무너진다”며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매립지공사는 “초기 자립을 위한 운영비 및 관련시설 등을 지원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관련 소송 1심에서도 승소했다”고 답했다.

(인천=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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