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환경 이야기]시민-단체-기업-관공서 힘 합쳐 기후위기 해결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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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리빙랩’ 방식 주목
지역사회 커뮤니티 플랫폼 만들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방법 모색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인간과 자연이 지속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생태전환 교육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교육 및 실천 방식의 하나로 ‘리빙랩’도 주목을 받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인간과 자연이 지속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생태전환 교육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교육 및 실천 방식의 하나로 ‘리빙랩’도 주목을 받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리빙랩’이라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생활실험실 정도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을 실험실로 삼아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자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해법을 찾는 것을 말합니다. 시민을 비롯해서 단체, 기업, 관공서 등이 협의체를 형성하고 전 과정에 참여하는 사용자 중심의 문제 해결 방식입니다.

리빙랩의 특징은 반복적 탐구를 하며, 모든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개방형 탐구를 한다는 점입니다. 민간과 행정 그리고 공동체 영역을 한데 엮어 연구와 실행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사회 혁신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주목적입니다.

리빙랩의 사례를 살펴볼까요? 첫 번째 사례는 커뮤니티 매핑입니다. 커뮤니티 매핑이란 지역사회(커뮤니티) 이슈를 지도로 만들고(매핑) 이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말합니다. 커뮤니티 매핑의 핵심은 교육, 소통과 참여, 자체 역량 강화입니다. 커뮤니티 매핑은 우선 재미있어야 합니다. 지루하면 참여도가 낮겠죠. 그리고 동기 부여가 확실해야 합니다. 선의의 경쟁처럼 게임의 요소를 넣는 것도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모아진 데이터를 의미 있게 쓰이게 해야 합니다.

미국에 유명한 커뮤니티 매핑 사례가 있습니다. 2012년 10월 초대형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뉴욕과 뉴저지 부근을 강타해 50조 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혔습니다. 총 800만 가구의 전기와 물이 끊기고 교통체계가 마비되어 주민들은 공포의 도가니에 빠졌습니다. 주민들은 난방과 운전을 위해 기름이 필요했지만 주유소에 기름이 떨어져서 혼란이 더욱 커졌습니다. 이때 구세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커뮤니티 매핑이었습니다. 뉴저지의 남미계 고등학생 그룹인 아임소시오(IMSOCIO)를 중심으로 한 이들이 ‘매플러(Mappler)’라는 사이트와 앱에 주유소 위치, 상황 등을 입력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이를 이용하기 시작하자 상황이 안정적으로 변했습니다.

2014년에는 뉴욕 부근에 내린 폭설로 도로가 손상되면서 웅덩이가 발생해 운전자들이 다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때 일반 도로 이용자들이 웅덩이 위치를 매핑을 통해 공유하여 운전자들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성대골공동체에서 실시된 에너지 전환 리빙랩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성대골공동체는 서울 동작구 상도3, 4동에 있는 성대시장을 중심으로 2009년 봄에 형성되었습니다. 처음엔 동아리로 시작했는데 2011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에너지자립마을 만들기가 목표가 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성대골공동체는 2019년 기후위기 취약 지역과 취약 계층에 대한 조사를 했습니다. 사전 조사를 통해 대상이 좁혀졌고 상세 조사를 위해 방문 인터뷰를 실시하였습니다. 인터뷰를 할 때는 인근 성남고 학생들도 참여했습니다. 조사 결과 상도3동은 에너지와 식량을 100% 외부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에너지 빈곤 취약 계층은 20∼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대골공동체는 기후위기 취약 계층의 문제를 사회적 관계 재구성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도배, 방범창 설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교체, 단열, 보일러, 창문 교체 등이었습니다. 이들을 돕기 위해 마을 기술자들이 모여서 마을기술네트워크를 결성했습니다. 마을의 기술자 현황 조사를 통해 냉난방, 집 수리가 가능한 인력 풀을 확보했습니다. 기술자 간담회에 참석한 이들은 봉사정신을 발휘해 기술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사소한 수리부터 에너지 소비량이 없는 NET-ZERO 빌딩 구축에 이르기까지 마을 기술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성대골공동체의 다양한 에너지 절약 및 생산을 위한 사업은 전환센터 설립으로 총정리되었습니다.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구원들이 모여 지금까지의 성과와 외국 사례를 참고해 계획을 정리했고, 지원 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는 영등포중 기후동아리, 성남고 고3 전체, 국사봉중학교사회적협동조합 학생 조합원 등이 참여했습니다. 성대골공동체는 지금까지 축적한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 성과를 나누기 위해서 전북 완주군 고산촌마을과 도농협동조합을 결성했습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한 리빙랩 포럼을 열어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공유했습니다. 도농 한계를 넘어선 상생을 통해 탄소제로마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1세기 교육은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지행합일(知行合一)의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우선 기후변화와 질병의 확산이라는 위기 때문에 우리 삶이 변화하는 속도가 너무나 빠르기 때문에 학습이라는 교육 본연의 목적과 더불어 위기에 대한 대처와 적응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생태전환을 위한 리빙랩 교육이 필요합니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 지속가능한 생태 문명을 만들기 위해 사고와 행동 양식을 총체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실천할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생태전환 교육입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에서 생태전환 리빙랩 사업을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생태전환 교육을 통해 학교의 모습도 탄소배출제로학교로 바꿔가려 합니다. 생태전환 리빙랩 교육은 환경, 사회, 경제적인 면을 고려한 융합적인 학습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수종 신연중 교사
#환경#기후위기#시민#단체#기업#관공서#리빙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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