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경기 이천시 율면 산양리는 인근 저수지 둑이 무너질 정도로 엄청난 폭우가 나렷다. 당시 이곳 주민 양성삼 씨(77)와 부인 박정자 씨(66)는 순식간에 집안으로 무릎 높이로 물이 차올랐지만 어디로 피할 생각도 못한 채 머리 속이 하얘져버렸다고 한다.
부부는 평소에도 다리를 쓰는 게 쉽지 않아 거동이 불편했다. 양 씨는 “거센 물살에 벽돌로 지은 담벼락이 무너져 내릴 정도여서 어디로 움직일 엄두가 나질 않았다”고 그 순간을 떠올렸다. 결국 창문 유리까지 깨지며 위험천만한 상황에 처했다.
곤경에 빠진 부부를 구한 건 이웃 주민인 50대 남성 A 씨였다. A 씨는 “저수지 둑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듣자말자 두 분이 떠올랐다. 혹시나 해서 전화를 했더니 아직 집에서 빠져나오질 못했다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A 씨는 곧장 두 아들과 함께 부부의 집으로 뛰어갔고, 두 사람을 부축해 높은 지대에 위치해 안전한 이웃민가로 대피시켰다.
A 씨는 “두 분이 평소 다리가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서 더 걱정이 됐다. 이웃사촌들은 다 가족 같은 사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A 씨는 이날 부부를 구한 뒤 또 다른 이웃에도 먼저 찾아가 수해를 입은 집을 치우는 일을 도왔다. A 씨는 “대다한 걸 한 게 아니다. 이웃으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한사코 이름을 밝히길 거부했다.
경기와 충북 등에 수해가 잇따르고 있지만 서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3일 오전 이천시 율면부녀회 회원 등 주민 15명은 피해 가구들을 방문해 장판을 걷어가며 바닥 청소를 도왔다. 대전 서구 정림동에 있는 한 아파트에선 지난달 31일부터 사흘 동안 대학생 자원봉사자 30여 명이 진흙 등으로 오염된 주민들의 이불, 옷가지를 세탁했다. 자원봉사자 배준환 씨(24)는 “침수 피해가 발생한 곳은 많은데 제 ”은 한 개라 모두 돕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라며 ”경제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많이 힘들 피해 주민들이 잘 극복하길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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