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반환’ 기습 발표 왜?…방위비 기싸움·전작권 전환 염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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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1일 14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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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 용산구 용산미군기지 내에 있는 한미연합사령부 건물. © News1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용산미군기지 내에 있는 한미연합사령부 건물. © News1
청와대가 최근 용산 미군기지의 반환 절차를 올해 안에 시작하겠다고 밝히면서 정부가 ‘미국 측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에 견제구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한미동맹 균열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나온 이번 발표로 한미 갈등설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용산기지 편의시설 연말까지 서비스 종료…한미 반환절차 곧 시작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서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 News1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서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 News1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8월30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회의를 연 뒤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용산기지 등 26개 미군기지에 대한 조기 반환을 적극 추진하기로 하면서 용산기지 반환 절차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당장 용산기지의 장병 및 가족들을 위한 편의시설은 오는 10월1일부로 서비스가 종료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주한미군에 따르면 용산기지에 있던 미 육군병원 진료 업무가 10월1일을 끝으로 종료된다. 용산기지 내 장병 세탁소도 9월28일까지 영업을 하며 10월1일부터 폐쇄된다.

현역과 예비역 생활전환 지원 프로그램(SFL-TAP) 업무를 담당하는 용산사무소도 8월31일부로 폐쇄됐으며 야외 수영장은 9월4일 문을 닫는다. 사실상 올해 연말까지 용산기지내 모든 서비스가 종료되는 셈이다.

주한미군 시설이 대부분 철수하는 10월 이후 용산기지에는 한미연합사령부 본부와 드래곤힐 호텔만 남게 되는데 한미 군 당국은 연합사 본부의 평택 이전 계획을 협의 중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연합사 본부의 험프리스 기지 이전 계획을 미측과 협의 중에 있다”며 “구체적인 이전계획과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연합사 본부가 2021년까지 평택 미군기지로 이전될 것이며 10월 말 전후로 서울에서 열릴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최종 승인될 예정이라는 추측도 있다.

◇‘미군기지 조기반환’ 美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에 견제?

서울겨례하나 소속 회원이 8일 오후 서울 용산기지 1번 게이트 앞에서 용산미군기지의 온전한 반환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News1
서울겨례하나 소속 회원이 8일 오후 서울 용산기지 1번 게이트 앞에서 용산미군기지의 온전한 반환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News1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미국 정부가 거듭된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청와대로부터 미군기지 조기반환에 대한 발표가 나온 것은 최근 고리가 약하진 한미관계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외교부가 8월2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불러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미국의 불만 표출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직후 나온 발표라 항의성 대미(對美) 메시지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미국과의 안보 현안, 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과 전혀 무관하며 기존부터 다른 트랙에서 진행돼 오던 사안”이라며 “이미 일련의 사항은 모두 미 측에 통보돼 갈등사안은 아니다”라고 한미갈등설을 일축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사안을 9월 중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보는 시선도 있다.

미국과 기지 반환을 협의하면서 정부가 환경오염 치유비용을 먼저 부담하고,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 측에 비용을 내게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향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우리측이 미군을 위해 간접적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양보했고 우리 국민이 겪는 불편과 손해 역시 엄청난 비용이자 방위비 분담임을 얘기하고자 한 기 싸움 성격도 있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한미 간 주한미군지위협정(SOFA)는 주한미군 기지 반환을 위한 절차로 ‘반환 개시 및 협의→환경 협의→반환 건의→반환 승인→기지 이전’ 등 5가지 절차를 들고 있는데 이 중 환경 협의 단계에서 한미는 큰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가 이번에 지목한 26개 미군기지는 미군 측이 환경오염 정화 비용 부담을 거부하면서 반환이 지연되고 있는 곳으로 전해진다.

특히 용산기지 오염 사고는 기름 유출 등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14건에 달하는데 제대로 된 요염 실태 조사는 진행된 적이 없었다.

오염 정화 비용은 최대 수천억 원에 이를 것이란 추산이 나오는데 기지가 정부에 반환된 뒤에는 미국에 책임을 묻기 어려워지므로 방위비 협상에서 기지 오염 정화 비용 문제를 꺼내들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이 경우 미국이 요구 금액을 크게 올린 뒤 적당히 깎아주는 식으로 체면과 실속을 모두 얻는 협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연합사 평택 이전, 2022년 전작권 전환 밑그림?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등 한미 군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주한미군사령부 개관식이 열리고 있다.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등 한미 군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주한미군사령부 개관식이 열리고 있다.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이와 함께 연합사 본부 평택 기지를 전작권 전환과 맞물려 진행하면서 2022년 전작권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당초 한미 군당국은 2017년 10월 제49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연합사를 국방부 영내로 이전하기로 합의했었지만 지난 6월3일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연합사를 평택 기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승인했다.

이후 미측은 평택기지 안에 연합사가 입주할 건물 지하에 들어서는 연합사 작전센터를 내년 말까지 구축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으로 전작권이 이양됐을 때를 상정한 미래연합사령부도 이 센터를 사용할 전망이다.

국방부는 올해 한국군의 IOC(기본운용능력) 검증을 시작으로, 2020년 완전운용능력 검증, 2021년 완전임무수행능력 검증을 거쳐 2022년까지는 전작권을 전환한다는 기대를 하고 있는데 만약 2021년까지 연합사가 평택으로 이전한다면 물리적으로 전작권 전환 추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사가 평택에서 주한미군과 함께 근무하기 때문에 작전의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국방부는 “연합사 이전 시기가 결정되지 않았고 전작권 전환 시기 역시 향후 한미가 조건 충족 여부를 공동으로 평가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섣부른 판단의 자제를 당부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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