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바칼로레아’ 한국어판 도입…입시교육문화 바뀔까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17일 14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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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기준에 따라 교육과정 및 평가 인증
"논서술형 평가에 객관성·공정성 담보" 주장
국내 교육 과정과 큰 차이 없어 불필요 의견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교육과정인 ‘국제바칼로레아’(IB) 한국어화가 추진되면서 입시중심 교육에 변화를 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논서술형 평가가 핵심인 IB가 공정성도 담보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우리나라 교육과정의 수준과 입시 현실을 감안할 때 부정적 의견도 나온다.

대구교육청과 제주교육청은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IB 한국어화 추진 확정 기자회견을 열었다. 양 교육청은 IB를 운영하는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와 함께 IB 교육과정을 한글로 번역하기 교육과정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세 기관은 지난해 3월부터 논의를 진행해왔다.

IBO 아시시 트리베디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장은 “지난 50년간 IB본부는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홍익인간형 교육체계를 구축해왔다”며 “한국과 IB본부가 추구하는 미래의 목적과 비전은 같다. 두 교육감의 헌신과 투자가 한국 내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 따르면 IB는 외교관들의 자녀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교육 프로그램이다. 1947년 뉴욕에서 국제학교가 개교할 때 도입된 것이 시초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153개국에서 IB를 도입하고 있다. 국가 당 평균 32개교가 IB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1개교에서 IB가 도입돼 있다. 경기외고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들은 국제학교 혹은 외국인학교다.

교육청 차원에서 IB 협약을 맺은 것은 드문 일이다. IB는 개별학교 단위에서 협약을 체결한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케이스스터디를 했는데 우리가 확인한 사례 중에서는 없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대구와 제주가 최초”라고 말했다.

IB는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논서술형 평가를 실시한다. IB는 ▲질문하고 탐구하는 사람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 ▲지식이 풍부한 사람 ▲배려하는 사람 ▲생각하는 사람 ▲도전하는 사람 ▲소통하는 사람 ▲균형감 있는 사람 ▲원칙을 세우고 지키는 사람 ▲성찰하는 사람 등을 인재상으로 두고 있다.

초등학교 단계는 PYP(Primary Years Programme)라고 하며 6개 교과군을 중심으로 전인적 성장과 타인 존중 등을 배운다. 중학교 단계는 MYP(Middle Years Programme)이다. 8개 교과군에서 실생활과 연계를 위한 도전적 과제 해결을 추구한다. 고등학교 단계는 DP(Diploma Programme)로 불린다. 6개 교과군과 프로젝트 수업이 있으며 전인적 성장과 학문적 성장을 추구한다.

양 교육청은 2021년까지 PYP와 MYP는 전 학년 인증학교로 전환하고 DP는 2022년 2학년, 2023년 3학년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IB도입은 고교교육 현장을 바꾸기 위한 새로운 시도다.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중학교까지는 토론과 프로젝트 중심 수업으로 잘 운영되다가 고교 입학하자마자 입시체제로 전환돼 수업이 뒤틀어져버린다”며 “IB는 수업과정이 평가로 이어지고 학교 내신성적화가 돼 곧바로 대학에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업은 토론 위주로 진행되며 교사가 수업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토대로 시험문제를 출제하면 학생들은 논서술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한다.

이석문 제주교육감은 “예를 들어 국어 시간에는 홍길동전이나 백석 시인의 시집을 두고 토론수업을 할 수 있다”며 “2015 개정교육과정에는 교과서가 참고자료로 쓸 수 있어 우리나라 교육과정과 IB도입으로 충돌되는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한국어화 추진으로 IB가 우리나라에 안착이 되려면 대입으로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교육감은 “초중학교에서는 IB도입에 큰 문제가 없는데 문제는 대학 입시”라며 “수능최저학력기준없는 수시전형에서 IB에 의한 학생부 기록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평가는 내부평가와 함께 외부평가가 교차로 진행된다. 국제적으로 검증된 외부평가자가 평가를 하기 때문에 논서술형으로 시험을 보더라도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교육청의 설명이다.

IB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교육재단 IBO가 운영한다. IBO에서 교육과정과 평가를 엄격하게 관리한다. IBO의 평가를 거쳐야면 인증학교가 될 수 있다. 인증학교는 5년 주기로 재인증 심사를 받아야 한다.

까다로운 인증과정을 거친 IB로 고교현장서 논서술형 평가체제가 안정화되면 대입제도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구본창 정책국장도 “고교내신에서 논서술형은 물론이고 객관식 평가도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IB를 통해 공신력 있는 논서술형 시스템이 학교에 정착된다면 지금의 수능도 논서술형으로 전환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말했다.

반면 IBO에서 평가를 검증한다는 이유만으로 지금의 공정성 논란을 잠재우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교육과정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는데 굳이 돈을 들여 IB를 적용해야 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시교육청올해 IB 추진을 위해 편성한 예산은 20억원이다.

실천교육교사모임 전대원 정책위원은 “공정성과 객관성 논란을 외부기관으로 (대체)하겠다는건데 지금 학부모들의 눈높이에서 수용될지 의문”이라며 “IB 정도의 문제 수준은 이미 우리나라 교과서가 따라잡았다. 실제 IB 수준의 교육이 이뤄지느냐는 별개지만 교육과정 때문에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전경원 참교육연구소장은 “IB가 확대되려면 지금의 수능시험과 수시·정시전형 등 대입제도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당장 전면적 확대는 어렵겠지만 우리사회가 논의를 해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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