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 전공의 돌연사…의협 회장 “사실상 24시간 대기, 주 7일 근무”

  • 동아닷컴
  • 입력 2019년 2월 8일 09시 55분


코멘트
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동아일보 DB
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동아일보 DB
국립중앙의료원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51)의 사망으로 의료계가 슬픔에 빠진 가운데, 가천대 길병원에서도 당직 근무를 하던 전공의가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7일 인천 남동경찰서에 따르면, 1일 오전 9시경 인천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당직실에서 2년차 전공의 A 씨(33)가 숨진 채 발견됐다. 동료들은 A 씨가 보이지 않자 찾아 나섰고, 당직실에서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해 ‘타살 혐의점이 없다’는 1차 구두소견을 받았다. 경찰은 정밀 부검 결과를 통해 정확한 사인을 확인할 예정이다.

연이은 비보에 의료계는 침통해 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윤 센터장의 과로사에 이어,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당직 다음날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두 명의 회원 모두 의료 현장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다 숨진 것으로, 의사 개인의 문제가 아닌 의료체계 근본의 문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센터장 및 전공의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인해 준법진료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의사의 평균 진료량은 OECD 국가 중 가장 많고, 이는 회원국 평균(연간 일인당 7.4회)의 2.3배(연간 일인당 17회)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의 경우 근로자이자 수련을 받는 교육생이라는 이중적 지위의 특수성으로 인해 1주일에 최대 88시간까지 근무하고 있으나 처우는 매우 열악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도 해당 성명을 통해 “대다수 병원 의사들은 근로기준법상 규정된 근로시간이 아닌, 사실상의 휴식시간 없이 24시간 대기에 주 7일 근무를 하고 있는 실정으로, 극히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또 “의사가 건강해야 환자가 건강하다. 안전한 진료환경에서 최선의 진료가 나올 수 있다”며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정한 근무환경 조성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수련과정을 거치는 의사로 흔히 레지던트로 불린다.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에 따르면, 전공의 수련시간은 4주의 기간을 평균하여 주당 80시간 이내로 제한된다. 또 병원은 16시간 이상 연속수련을 한 전공의에게 최소 10시간의 휴식시간을 줘야 한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